[인문학의 뜰] 인류 문명의 출발, 돌과 석기

입력 : 2020-02-14 00:00 수정 : 2020-02-15 23:33

돌, 우리 역사에 중요 요소 예부터 쉽게 접할 수 있어

다보탑·고인돌·남한산성 등 석기 이용한 다양한 문화 발달

흔해 보이는 것도 잘 쓰면 보물 농촌 자산 이용하는 지혜 필요
 


돌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아주 중요한 요소다. 돌만 제대로 알아도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일 돌을 만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돌이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크게 기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심지어 돌로 지은 집에서 살면서도 말이다. 우리나라 전통문화재 중 절대다수는 나무와 돌과 흙으로 구성돼 있다. 3요소 중 돌은 인류 역사의 출발에 크게 기여한 물질이다.

인류의 역사는 구석기에서 출발한다. 문화는 신석기에서 시작한다. 구석기와 신석기에서 보듯이 인류 최초의 역사와 문화는 모두 돌에서 출발했다. 다만 석기가 돌과 다른 점은 돌에 인간의 목적의식을 담았다는 것이다. 석기는 용도에 따라 크기와 모양을 달리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 절반 이상이 산이므로 돌이 아주 많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스럽게 돌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일상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석기문화는 석탑이다.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석탑 문화강국이다. 대부분 화강암으로 만든 우리나라 석탑은 정말 아름답다. 반면에 황토가 발달한 중국에서는 전탑, 나무가 많은 일본에선 목탑이 발달했다.

우리나라에 산성이 발달한 것도 산이 많기도 하지만 돌을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산성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성은 나무와 흙과 돌로 쌓지만 재질의 특성상 대부분 돌로 쌓은 산성이 남아 있다. 2014년 6월22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한산성에서 보듯이 산성은 이제 우리나라만의 문화재가 아니라 세계의 문화재다. 197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기 수원화성도 돌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다.

돌로 만든 문화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분이다. 고분 중에서도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무덤은 돌이 중심이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돌과 관련한 무덤은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북 경주의 천마총이다.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고인돌도 얼마나 돌의 나라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남 화순 고인돌은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나는 경남 창녕 비화가야의 후예다. 그래서 비화가야의 문화유산이 많은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돌로 쌓은 화왕산성(사적 제64호)은 홍의장군 곽재우가 왜적을 물리친 유명한 곳이다. 나는 고향집 마루에 앉아 화왕산성을 바라보면서 성장했다. 창녕군 교동과 송현동의 가야 고분은 지금은 쉽게 들어갈 수 없지만 어린 시절에는 들어갈 수 있었다. 고분 안에 들어가면 돌로 쌓은 무덤의 구조를 알 수 있다. 가야 고분 근처에 있는, 신라시대에 만든 석빙고(보물 제310호)는 과학의 산물이다. 석빙고는 보물로 지정되기 전까지 인근 어린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석빙고는 경주를 비롯해 우리나라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돌문화의 표상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발걸음 걸음마다 돌과 석기의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문화재는 아니더라도 돌로 만든 건물은 적어도 일상의 공간이었다. 돌과 흙으로 만든 토석담은 우리나라 전통 조영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나는 중학교 시절까지 토석담을 갖춘 집에서 살았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요즘은 양반들이 살았던 집성촌이나 서원 등지에서 토석담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토석담 중에서 유일하게 보물 제350호로 지정된 곳이 2019년 7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구 달성 도동서원의 담장이다. 도동서원의 토석담을 직접 보면 돌로 빚은 문화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다.

길을 가다 발에 걸리는 것이 돌이다. 돌은 버려두면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잘만 이용하면 문화재로 만들 수 있다. 경북 군위군 한밤마을은 굴러다니는 돌로 담을 쌓아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다. 제주도의 아름다움도 흔하디 흔한 돌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촌은 돌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농촌을 살기 좋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그중 돌은 도시에서 쉽게 이용할 수 없는 농촌만의 귀중한 자산이다. 경쟁력 있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농촌만의 자산을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강판권은…

▲나무 인문학자 ▲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저서 <숲과 상상력> <나무예찬> <나무철학> <회화나무와 선비문화> <선비가 사랑한 나무>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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