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내가 남긴 말과 글, 모두 나에게로 돌아온다

입력 : 2020-01-03 00:00

후한 광무제 때의 명장인 마원, 조카들이 험담을 못하도록

경계하기 위해 보낸 편지에서 용백고·두계량의 장단점 논해

훗날 이 편지 때문에 화를 자초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큰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대기만성은 여러 고전에서 큰 인물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많이 인용됐다. <후한서>에 실려 있는 마원(馬援)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마원은 후한을 세운 광무제 때의 명장으로, 그 집안은 전국시대 조나라의 명장군 조사를 조상으로 둔 명문가였다. 하지만 훗날 역모에 연루되어 집안이 몰락하게 되었고 마원 역시 어린 시절 큰 고난을 겪게 되었다. 열두살에 고아가 된 마원이 목동이 되려고 작별을 고하러 오자, 형 마황은 이렇게 충고한다. “너는 지금은 비록 어렵지만 나중에 크게 될 ‘대기만성형’ 인물이다. 많은 경험을 쌓은 후 나라에서 크게 쓸 재목이 될 것이다.” 훗날 마원은 형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나라의 중책을 맡는 인물이 됐다. 나라에 위협이 됐던 강족(羌族)의 침입을 격퇴하고 교지 부족의 난을 평정하는 등 공을 세워, 복파장군(伏波將軍)에 임명될 정도로 인정받았다.

마원이 교지(交趾·베트남 북부지역)에 주둔하고 있을 때 조카인 엄(嚴)과 돈(敦)에게 편지를 썼다. 조카들이 남을 비판하기 좋아하고, 경박하고 호방한 사람들과 교제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너희가 남의 과실을 들으면 부모의 이름을 들은 것처럼 하여, 귀로 들을지언정 입으로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남의 장단점을 논평하기를 좋아하며 정사와 법을 함부로 시시비비함은 내가 크게 미워하는 바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자손이 이런 행실이 있음을 듣고 싶지 않다.” 그리고 두 사람의 예를 들었다.

“용백고를 본받으면 용백고만 한 사람이 되지 못하더라도 삼가고 조심하는 선비는 된다. 소위 ‘고니를 조각하면 고니는 완성하지 못해도 오리는 닮는다. 두계량을 본받다가 두계량만 한 사람이 되지 못하면 천하의 경박한 사람이 되고 만다. 소위 호랑이를 그리려고 하다가 그리지 못하면 개와 비슷하게 된다(效伯高不得 猶爲謹勅之士 所謂刻鵠不成 尙類鶩者也 效季良不得 陷爲天下輕薄子 所謂畵虎不成 反類狗者也,·효백고부득 유위근칙지사 소위각곡불성 상류목자야 효계량부득 함위천하경박자 소위화호불성 반류구자야).’”

마원이 예로 든 용백고는 내실이 충실한 선비로서 중후하고 빈틈이 없는 사람이었다. 두계량은 호방하고 의협심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이로써 보면 마원은 두 사람의 장점을 말한 것으로 특별히 두계량을 폄하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호방하고 의협심이 있는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배우려고 하다가는 겉은 그럴듯하나 내면의 충실함은 없는 빈껍데기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두계량은 마원에게 원한을 품게 된다. 이 편지를 빌미로 반대파의 모함을 받아 두계량은 관직에서 쫓겨났던 것이다. 마원이 전사한 후에 이 편지로 함께 피해를 봤던 두계량의 친구 양송이 황제에게 모함하여 마원은 생전에 얻었던 명예와 재산을 박탈당하는 치욕을 당하게 된다. 무심코 남긴 편지 한장이 꼬리를 물고 후환을 남기게 된 것이다.

다산은 <소학지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니는 기이한 무늬와 색이 없지만 그릴 때 의거할 것이 있어 그리기가 쉽다. 호랑이는 화려한 무늬와 신령한 위엄이 있지만 그릴 때 의거할 것이 없어서 완성하지 못하면 실물과 전혀 다르게 된다. ‘고니와 오리는 모두 새이면서 비슷하지만, 호랑이와 개는 모두 짐승이면서 크게 다르므로 그렇게 말했다’라고 했는데, 본래의 뜻을 완전히 잃은 것이다. 마원이 사람의 장단점을 논하는 것으로 조카들을 경계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먼저 그런 잘못을 범했다. 스스로 용백고와 두계량의 장단점을 논의했으니 정작 자신을 돌아보지 않은 것이다. 그 뒤 끝내 이 편지 때문에 화를 초래해 두계량에게 피해를 봤다.”

마원은 조카들이 남들의 말을 할까 경계했지만, 자기 스스로가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을 다산은 안타까워한 것이다. 마원의 본심이 아니었지만 두계량은 피해를 봤고, 그 후환이 마원 자신에게까지 닥쳤다.

오늘날은 이러한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 사람들이 무심코 남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글들로 인해 큰 피해를 보는 것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자신이 남긴 글들은 모두 자신에게 돌아오고, 바꿀 수도 없고 부인할 수도 없다.
 



조윤제는…

▲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이천년의 공부>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