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복사나무, 상상의 북극성

입력 : 2019-12-04 00:00

상상력, 현대사회 가장 필요한 힘 농업분야에서도 생존 위해 필수

나무, 가까이 있고 계절 따라 변화 여러 이야기 만들어내기 좋아 韓·中, 복사나무 관련 설화 다양

상상의 원천, 삶 속에서 찾아야
 


상상력은 현대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필요한 힘이다. 국가·기업·학교 등 우리나라 모든 분야에서 상상력을 강조하고 있다. 농업도 예외가 아니다. 어떤 분야든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력을 강조하면서도 상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상상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상은 언제나 실존에서 일어난다.

나무는 늘 주변에 있고 계절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간이 상상력을 발휘하기에 좋은 대상이다. 따라서 나무를 생존의 근원으로 삼고 있는 농민은 상상력을 잘 실현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러나 농민은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인간의 상상력에 가장 큰 영감을 준 나무는 장미과의 복사나무다. 아울러 이 세상에서 나무를 통해 가장 위대한 상상력을 발휘한 국가는 중국이다. 복사나무는 중국인이 나무 가운데 가장 많은 상상을 펼친 대상이다. 따라서 중국이 복사나무를 통해 보여준 상상의 사례를 참고하면 누구든지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런 상상력을 통해 자신이 처한 어려움도 거뜬히 극복할 수 있다. 중국인들이 복사나무를 통해 발휘한 상상의 극적인 장면은 중국 한나라시대 동방삭이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은 후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내용이다. 동방삭이 복숭아 한개를 먹고 무려 18만살까지 살았다. 이같은 얘기 때문에 복사나무는 장수를 의미하는 나무다. 또 중국인들은 복사나무가 악귀를 물리친다고 여겼다. 중국 최초의 왕조인 하나라시대 유궁지역을 다스리던 예는 활을 잘 쏘았지만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백성들에게 원망을 샀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를 어찌할 수 없었다. 마침내 한척이라는 사람이 복사나무로 만든 방망이로 그를 후려쳐 죽였다. 이 일이 있고 나서 귀신은 복사나무를 무서워했다.복사나무가 지닌 이같은 벽사의 효능에 대한 믿음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복사나무를 재배하는 농가가 적지 않고, 복사나무의 열매인 복숭아를 즐겨 먹는다. 그래서 복사나무와 관련한 풍속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사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 풍속도 중국인들의 복사나무에 대한 상상의 반영이다. 복숭아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우리의 몸 중 목 안의 편도와 발목의 복숭아뼈가 그 증거다.

사랑을 의미하는 색깔인 핑크도 복사나무의 꽃 색깔에서 따온 것이다. 요즘은 다양한 색깔의 복사나무 꽃이 등장했지만 분홍색이 기본 색깔이다. 중국과 한국에서 복사나무 꽃을 통한 사랑의 극치는 무릉도원이다. 복사나무 꽃을 무릉도원으로 상상한 사람은 <도화원기>를 지은 중국 동진시대의 도연명이다. 봄에 피는 복사꽃은 보는 순간 마음이 아주 편안할 뿐 아니라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감정이 일어난다. 조선 초기 안견의 <몽유도원도>도 복사꽃이 인간이 꿈꾸는 지상 최고의 경지라는 것을 보여준다. 안견이 <몽유도원도>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세종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에서 복사꽃이 만발한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중국인과 한국인이 남긴 복사나무에 얽힌 얘기는 상상력이 구상에서 추상으로 발휘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모든 사람들이 매일 상상하지만 상상은 어떤 경우에도 구체적인 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인간이 지금까지 생산한 모든 상상은 구체적인 상을 통해서 이룩한 것이다. 복사나무는 중국인과 한국인에게 상상의 힘이 무엇인지를 증명한 존재다. 복사나무처럼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나무 자체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나무의 특성을 다른 것에 적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것은 구상을 통해 추상하는 데 그 어떤 제약도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복사나무처럼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라야 한다. 그래서 농민들은 자신이 직접 재배하고 있는 나무를 통해 아무런 제약 없이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상상의 원천은 언제나 자신의 삶 속에서 찾아야 한다. 만약 다른 데서 찾는다면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다.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상상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계절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식물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위대한 스승이다.
 




강판권은…

▲나무 인문학자 ▲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저서 <숲과 상상력> <나무예찬> <나무철학> <회화나무와 선비문화> <선비가 사랑한 나무>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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