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훌륭한 인재가 되려면

입력 : 2019-11-29 00:00 수정 : 2019-11-29 23:54

빠른 결과 내려고 편법 쓰거나 사사로운 이익 위해 청탁하면

큰일 못 이뤄…앞날 족쇄 될 수도

조급하게 구는 것도 금물

눈앞 이익에 급급할 경우 멀리 나아갈 동력 잃게 돼



공자에게는 무려 3000명의 제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수가 많았던 만큼 몇몇 뛰어난 제자를 제외하고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제자가 대부분이다. <논어>에 등장하는 제자들도 극히 한정돼 있는데, 특이하게도 직접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자와 제자와의 대화에서 언급된 인물이 있다. <논어> ‘옹야’에 나온다.

자유(子游)가 무성(武城)의 읍재(邑宰)가 되자 공자가 물었다. “너는 사람을 얻었느냐?” 자유가 대답했다. “담대멸명(澹臺滅明)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길을 갈 때 지름길로 가지 않고 공적인 일이 아니면 저의 집에 들른 적이 없었습니다.”

자유는 공자의 제자 중에서 문장과 학문에 뛰어나 공자의 뛰어난 제자 10명을 일컫는 공문십철(孔門十哲)에 꼽히는 제자다. 젊은 나이에 무성의 읍재가 될 만큼 성공한 제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가 훌륭한 인재라고 추천했던 담대멸명 역시 뛰어난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추천했던 이유가 재미있다. ‘지름길로 다니지 않고 공적인 일이 아니면 찾아오지 않았다(行不由徑 非公事 未嘗至於偃之室也·행불유경 비공사 미상지어언지실야)’는 것이다.

빠른 결과를 내기 위해 편법을 쓰지 않고, 사사로운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남모르게 상사의 집을 찾아 청탁하는 일 따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자(朱子)는 <소학집주>에서 이렇게 풀이했다.

“지름길을 가지 않으면 행동을 반드시 올바르게 해 작은 이익을 보거나 빨리하려는 뜻이 없음을 볼 수 있다. 공적인 일이 아니면 읍재를 만나지 않은 것은 자기 몸을 굽혀 남을 따르는 사사로움이 없음을 볼 수 있다.”

공자가 예전에 제자 자하를 가르쳤던 ‘무욕속 무견소리(無欲速 無見小利)’의 이치와 같다. ‘빠른 결과를 위해 애쓰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고 욕심내지 말라’는 뜻으로 처음 공직에 나서는 제자에게 올바른 처신을 가르친 말이다. 공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가르쳤다. “빠른 결과를 내려고 무리하면 오히려 도달하지 못하게 되고, 작은 이익을 탐하게 되면 오히려 큰일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담대멸명은 스스로 이 두가지 원칙을 분명히 지켜, 비록 제자로서는 공자에게 큰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당당히 일가를 이루게 된다. <사기>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에는 그의 훗날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가 가르침을 받으러 왔을 때 용모가 너무 못생겨서 공자는 재능이 모자라는 사람이라 여겼다. 그러나 수업을 받은 후 물러나면 열심히 배운 것을 실천하며 수양했고, 길을 갈 때는 절대로 지름길로 가지 않았으며, 공적인 일이 아니면 재상과 대부를 만나지 않았다. 남쪽으로 내려가 양쯔강에 이르렀을 때는 따르는 제자가 300명이나 됐고, 주고받는 것과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이 분명해 제후들에게까지 이름이 알려졌다. 공자는 이런 소문을 듣고 ‘나는 말하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했다가 재여(宰予)에게 실수를 했고, 외모로 사람을 판단했다가 자우(子羽·담대멸명)에게 실수를 했다’고 한탄했다.”

여기서 재여는 언변이 뛰어난 제자로 역시 공문십철에 속하는 제자다. 하지만 번드르르한 말에 비해 행동이 따르지 못함으로써 공자에게 질책을 받았던 적이 많았다. 뛰어난 능력이 있었지만 말의 조급함이 능력을 가리게 되는 경우다. 담대멸명은 그 내실은 충실했지만 외모로 인해 공자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뚜렷한 원칙을 지켜나감으로써 보란 듯이 성공해 스승인 공자가 자책을 하게끔 만들었던 것이다.

빠른 결과를 만들어내고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세태다. 물론 빠른 결과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빠른 결과를 위해 편법을 동원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면 더 멀리 갈 수 없고 큰일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성공을 위해 했던 모든 일들이 앞날에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설사 불법이나 편법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일을 이루는 데 조급하게 되면 일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잃게 된다. 재능 있고 뛰어난 사람들이 꿈을 이루지 못하는 데는 바로 이에 연유하는 바가 크다.
 



조윤제는…

▲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이천년의 공부>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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