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한살 더 어른이 된다는 것

입력 : 2019-01-11 00:00 수정 : 2019-01-11 20:20

맹자가 정의 내린 대인(大人) 아이처럼 거짓 없이 순수하고 부족함 인정하는 겸손한 인물

대인의 궁극인 대장부(大丈夫) 꾸밈없는 솔직함과 선함으로 인의예지(仁義禮智) 실천 앞장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우리 습속으로는 새해가 되면 모든 사람이 나이를 한살 더 먹게 된다. 이는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우대를 받을 수도 없다. 부와 권력, 존귀와 비천 그 어디에 처하더라도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는 데 예외가 없는 것이다.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는 것은 한살 더 어른이 되는 것이다. 수치상으로는 연령이 한살 많아지는 것이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보다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좀더 어른스러워지고 어른답게 되는 것이다. 만약 어린 나이라면 조금 더 철이 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릴 적 듣던 말 중에 ‘나잇값을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고 보면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해서 그 값어치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어른다운 어른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나이가 많다고 해서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높은 지위에 오르고 사람들을 거느리게 되면 어른이 되는 걸까?

고대 철학자인 맹자도 진정한 어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의 저서인 <맹자>를 보면 어른, 즉 대인(大人)에 대해 유난히 많은 정의를 내리고 있다. 아마 그 시대에도 오늘날처럼 어른답지 못한 어른, 단지 나이만 많은 어른들이 많았던 것 같다. <맹자> ‘이루하(離婁下)’를 보면 “대인이란 어린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大人者 不失其赤子之心者也·대인자 불실기적자지심자야)”라고 실려 있다. 여기서도 대인이란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어른다운 어른을 말한다. 어른이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은 어린아이의 거짓 없음, 순수함, 한결같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스로 아는 바가 적고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겸손한 마음을 잃지 않은 것이다. 단지 체격이 커지고, 지식이 많아지고, 이해타산이 빨라지고, 술수에 능해졌다고 해서 어른이 된 것은 아니다. 맹자는 하늘로부터 받은 선한 마음을 어린아이 때와 같이 잘 보존하고 있는 사람을 진정한 어른이라고 봤다.

역시 ‘이루하’에서는 “예가 아닌 예와 의가 아닌 의를 대인은 하지 않는다(非禮之禮 非義之義 大人弗爲·비례지례 비의지의 대인불위)”라고 했다. 대인은 예의를 행하는 데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것이다. 바로 솔직함이다. 속마음은 전혀 다르면서 겉으로만 예의를 꾸미고 갖추는 것은 위선일 뿐이다. 또한 “대인은 말을 할 때는 반드시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고, 행위를 할 때 반드시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으며, 오직 의만 따를 뿐이다(大人者言不必信 行不必果 惟義所在·대인자언불필신 행불필과 유의소재)”라고 실려 있다. 대인은 자신의 말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는 것이 말이기 때문이다. 또한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고, 오직 의로운 길을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맹자> ‘진심상(盡心上)’에서의 대인은 ‘스스로를 바르게 함으로써 만물을 바르게 하는 사람’이며, 대인의 일은 ‘인에 머물고 의를 따르는 것’이다. 대인이 스스로를 바르게 할 때 주위의 모든 것들이 바름을 얻게 되고, 그 방법은 인과 의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만약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라면 스스로 바르게 솔선수범함으로써 아랫사람들이 따르도록 본을 보이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맹자에 실려 있는 대인을 한마디로 집약한 것이 바로 맹자가 말했던 ‘대장부(大丈夫)의 길(道)’이다.

‘천하의 가장 넓은 집에 살고, 천하의 가장 올바른 위치에 서 있으며, 천하의 가장 큰길을 걸어, 뜻을 얻으면 백성과 함께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그 길을 걷는다. 부귀함도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빈천함도 뜻을 바꾸지 못하며, 위험도 뜻을 굽히지 못하니, 이래야 대장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넓은 집에 사는 것은 인(仁), 올바른 위치에 서는 것은 예(禮), 가장 큰길을 걷는 것은 의(義)를 상징한다. 대인은 선한 마음에서 비롯된 인의예지(仁義禮智)에 통달한 인격체인 것이다.

새롭게 맞은 기해년은 재물과 행운을 상징하는 황금돼지의 해다. 단지 물질적인 풍요뿐만이 아니라 진정한 어른으로서, 어른다운 어른으로서 정신적 풍요를 누리는 희망의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조윤제는…

▲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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