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개과천선, 마치 끓는 물에 손을 넣은 듯이

입력 : 2018-12-07 00:00

바람·우레 함께하면 강력해져 군자가 이를 보고 수양 힘쓰며 잘못 고친다는 의미 ‘개과천선’

개과천선엔 겸손과 정직 필수 남의 허물을 ‘반면교사’ 하려면 사리분간 위한 식견도 갖춰야

 

<논어> ‘계씨’에는 공자가 두종류의 본받을 만한 사람에 대해 말했던 것이 실려 있다.

“선한 것을 보면 마치 거기에 미치지 못할까 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선하지 않은 것을 보면 마치 끓는 물에 손을 넣은 듯이 재빨리 피한다. 나는 그런 사람을 보았고, 그런 말도 들은 적이 있다. 숨어 삶으로써 뜻을 추구하고 의롭게 행함으로써 자신의 도를 완성한다. 나는 그런 말은 들었지만 아직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여기서 공자가 실제로 보지 못했던 사람은 제쳐두더라도, 실제로 보았던 사람은 제자 안연으로 짐작할 수 있다. <주역>에 실려 있는 글로 미루어볼 수 있는데, ‘복괘’의 초구는 “멀리 가지 않고 돌아오므로 뉘우침에 이르지 않으니 으뜸으로 길하다”이다. 이를 풀이한 ‘계사전(繫辭傳)’에서 공자는 “안씨의 아들 안회는 거의 도에 가깝다. 좋지 못한 점이 있으면 알아차리지 못한 적이 없었고, 알게 되면 그것을 다시 행한 적이 없었다”라고 했다. 여기서 안회는 안연의 이름으로, 공자가 ‘나보다 더 낫다’고 말하기도 했던 수제자다.

‘잘못은 신속하게 고치고 선한 일은 열심히 따른다’는 뜻을 담은 성어는 잘 알려진 ‘개과천선(改過遷善)’이다. 이 개과천선 역시 <주역> ‘상전’에 실려 있다.

“바람과 우레는 더함이니 군자는 이것으로 좋은 것을 보면 따르고 허물은 고친다(風雷益 君子以見善則遷 有過則改·풍뢰익 군자이견선즉천 유과즉개).”

바람과 우레는 함께하면 그 힘이 더 강력해지므로 군자는 이 둘이 서로 돕는 현상을 보고 스스로를 수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거울삼아서 선하지 않은 것이 있으면 바로 고친다고 덧붙인다. <논어> ‘술이’를 보면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문장이 실려 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그들에게서 좋은 점은 배워 본받고, 좋지 않은 점은 나 자신을 바로잡는다(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삼인행 필유아사언, 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 <주역>의 구절이 자연에서 배우는 것이라면 이 문장은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즉 배움을 추구하는 사람은 세상의 모든 것에서 배움을 얻어야 하고, 배움은 긍정적인 측면에서뿐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에서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흔히 쓰는 말로 ‘반면교사(反面敎師)’나 ‘타산지석(他山之石)’의 배움이다. 상대방의 부족한 점을 보면서 비난만 한다면 배움은 얻을 수 없다. 혹시 나에게 같은 잘못이 없는지 생각하고, 고칠 점이 있다면 고치기에 힘써야 하는 것이다.

“선을 따르고 허물을 고치려면 반드시 먼저 자신을 높이고 남을 비하하는 습관과 자기의 모습을 숨기고 뒤를 가리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또 반드시 도량을 넓혀야 하는데 도량을 넓히려면 식견을 키워야 한다. 식견이 좁고 고루하기 때문에 도량이 협소하다. 도량이 협소하기 때문에 선을 따르는 것을 두려워하고 허물을 고치는 데 인색하다.”

<심경경의>에 실려 있는 이 말은 좀더 구체적인데, 개과천선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태도는 바로 겸손과 정직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배울 점은 배우고 나쁜 점은 자신을 가다듬는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는 겸손과 정직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다음은 식견을 키워 도량을 넓혀야 한다. <채근담>에는 “덕은 도량에 따라 커지고 도량은 식견에 따라 자란다(德隨量進 量由識長·덕수량진 양유식장)”고 실려 있다. 식견이 없는 사람은 도량이 좁고 도량이 좁은 사람은 덕이 없다. 덕이 없는 사람은 옳고 그름을 분간하지 못하고 설사 안다고 해도 일신의 안위와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결국 바른길을 가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선을 따르고 허물을 고치려면 우선해야 할 일이 식견을 키우는 것이다. 식견이란 지식과 경험을 통해 바르게 볼 수 있는 힘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보듯이 지식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올바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우지 못했다면 사리판단과 분간을 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오래전 군자들이 수양을 위해 개과천선에 힘썼듯이, 오늘날의 지도자들 역시 개과천선의 자세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개과천선은커녕 선과 악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세상이 어지러워진다.
 



조윤제는…

▲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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