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인자무적, 사랑은 반드시 이긴다

입력 : 2018-11-09 00:00

유교의 ‘인’ 사랑과 배려 의미 군자의 덕목이자 통치의 근본

맹자, 군주가 백성을 사랑하면 반드시 이긴다는 ‘인자무적’ 설파

물질주의·성공주의 판치는 오늘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사상

 

‘인(仁)’은 공자의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개인의 수양 목표이자 군자의 삶에서 드러나는 훌륭한 덕목으로, 공자는 인을 통치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논어>를 보면 공자가 인이 무엇인지 묻는 제자들에게 각자의 자질과 성품에 맞게 가르치는 장면이 거듭해서 나온다. 수제자인 안연에게는 ‘극기복례(克己復禮)’, 즉 ‘자기를 이겨내고 예를 회복하는 것’을 인이라고 했다. 다른 제자에 비해 학식이 좀 부족했던 제자 번지에게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愛人)’이라고 간결하고 알기 쉽게 가르쳐줬다.

공자의 후계자였던 맹자도 ‘인’을 근본으로 자신의 학문과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립했다. 맹자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하며, 하늘로부터 받은 선한 본성 중에서 가장 근본으로 삼았다. 이 측은지심이 삶에서 드러나는 것이 바로 ‘인’이라는 것이다. 이를 보면 ‘인’은 곧 ‘사랑과 배려’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활동하던 시대는 달랐지만 두 학자는 군주들에게 인으로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는 철학사상을 설득하고 다녔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오직 믿을 것이라고는 군대와 무력밖에 없는 전쟁과 혼란의 시대에 사랑과 배려의 정신으로 세상을 다스리고자 하는 주장이 전혀 현실적으로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맹자는 도무지 납득하지 못하는 군주들에게 분명한 신념과 확고한 논리로 설득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자무적(仁者無敵)’의 논리다.

<맹자> ‘양혜왕상’에서 양나라의 혜왕은 맹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진(晉·양나라의 전신)나라가 천하에서 가장 강했다는 것은 어르신도 알 것입니다. 그런데 과인 대에 이르러 동쪽으로는 제나라에 패해 큰아들이 죽었고 서쪽으로는 진(秦)나라에 7백리의 땅을 빼앗겼으며, 남쪽으로는 초나라에 치욕을 당했습니다. 과인이 이를 부끄럽게 여겨 죽은 자들을 위해 설욕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 백성들에게 어진 정치(仁政·인정)를 베풀어, 형벌을 줄이고 세금을 적게 거두며 농사를 잘 짓도록 하고 장정들에게는 농한기에 훌륭한 덕목을 가르쳐 안으로는 부모·형제를 잘 섬기고 밖으로는 웃어른을 섬기게 하면, 백성들이 나무 몽둥이를 들더라도 진나라와 초나라의 강병들과 싸워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저 나라들이 백성들의 농사철을 빼앗아 부모도 봉양할 수 없게 한다면 부모는 얼고 주리며 형제와 처자식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 것입니다. 저들이 자신의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릴 때 왕께서 가셔서 정벌한다면 그 누가 왕에게 대적하겠습니까? 그래서 옛말에 ‘인자는 반드시 이긴다(仁者無敵)’고 하는 것입니다. 왕께서는 이 이치를 의심치 마십시오.”

양혜왕은 아버지로부터 강대국을 물려받았지만 사방의 적들에게 거듭 패하는 바람에 나라가 피폐하게 됐고, 심지어 아들까지 전쟁으로 잃고 말았다. 복수심에 불타던 양혜왕은 ‘어떻게 하면 전쟁을 잘해서 설욕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지만 맹자는 의외의 대답을 한다. 먼저 ‘백성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올바르게 가르쳐서 사람의 도리를 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백성들은 나라와 왕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 것이고, 이러한 백성들로 이뤄진 군대는 그 어떤 강한 적이라고 해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래 인자무적이란 ‘인자한 사람은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성어다. 하지만 맹자는 ‘인자한 사람은 반드시 이긴다’로 교묘히 의미를 바꿔 전쟁에서 승리를 원하는 왕을 설득했다. 복수를 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인자가 돼야 하고 백성을 사랑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폭정에 시달려 사기가 꺾인 어떤 나라의 군대도 이길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맹자의 논리는 지나치게 이상에 치우쳐 비현실적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극단의 물질주의와 성공주의가 지배하는 오늘날, ‘사랑으로 세상을 바꿔보자’는 맹자의 이상주의가 더욱 필요할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곧 사람이다. 사람과 사랑이 합쳐지면 그것이 바로 도다(仁也者人也 合而言之道也·인야자인야 합이언지도야).” 맹자가 우리에게 주는 해답이다.

 




조윤제는…

▲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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