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말하는 자는 죄가 없고 듣는 자가 경계 삼아야

입력 : 2018-08-10 00:00

백성들의 애환·마음 담은 ‘시’ 위정자들, 채집된 시가 읽고 나라 통치하는 자료로 삼아

시, 위정자·백성의 소통 도구 서로 정보 제공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언론 역할과 비슷해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속담이 있다. 말이 퍼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뜻으로, 그만큼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중국 성어로는 ‘무족지언 비우천리(無足之言 飛于千里)’라고 하는데, 완전히 같은 의미다. <논어>에도 ‘사불급설(駟不及舌)’이라는 성어가 실려 있다. ‘한번 내뱉은 말은 네마리 말이 끄는 수레로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뜻인데, 공자의 제자 자공이 위나라의 대부 극자성에게 했던 말이다. 극자성이 “군자는 본래 바탕만 갖추면 되지 겉모습이나 형식은 필요없다”고 하자, “군자는 바탕도 중요하고 겉모습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하며 “말을 가볍게 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쳤다.

이처럼 옛 고전에선 말은 쉽게 퍼져 나가므로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특히 <논어>를 보면 군자는 말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이 거듭 실려 있다. ‘양화’에 실려 있는 ‘길에서 들은 이야기를 길에서 말하는 것은 덕을 버리는 것이다(道聽而塗說 德之棄也·도청이도설 덕지기야)’는 떠도는 풍문을 확인도 하지 않고 옮기는 건 덕이 있는 사람이 해서는 안된다는 꾸짖음이다. 하지만 공자는 떠도는 말 중에 예외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시(詩)다. 많은 사람들이 검증했고, 그 내용이 진실했으며, 백성들의 애환과 마음을 진솔하게 대변했기 때문이다.

공자는 “<시경>에 있는 300편의 시를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생각에 거짓됨이 없다’이다”라고 말했고, <논어> ‘태백’에서는 “시를 통해 일어나고, 예를 통해 바로 서며, 음악을 통해 완성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가 예와 음악과 더불어 덕을 완성하는 소중한 덕목이 된다는 것이다. 공자는 그 당시 떠돌던 시 300편을 모아서 <시경>을 편찬했고, 선비들은 반드시 읽고 공부해야 한다고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그 이유는 <사기>의 저자 사마천이 “시 300편은 거의가 옛 성인과 현인들의 한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말했던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시경>의 시 300편은 단지 아름다운 서정에 그치지 않고, 거의 모두가 현실과 세태를 반영한 현실 참여의 한 방편으로 지어졌다는 것이다.

시는 공자가 이상적인 국가로 인정했던 주(周)나라 초기부터 공자가 활동하던 춘추시대에 이르기까지 민간에서 유행하던 시가들이었다. 그 당시 군주의 명에 따라 민간을 순회하며 시가를 채집하던 사람들을 채풍관(采風官) 혹은 채시관(采詩官)이라고 불렀다. 위정자들은 이들이 모아온 시를 읽고 백성들의 여론과 불만을 알고, 나라를 통치하는 데 소중한 자료로 삼았다. 하지만 그중에는 위정자들이 듣기에 거북한 것도 많았다. 그래서 ‘언자무죄 문자족계(言者無罪 聞者足戒)’, 즉 ‘말하는 사람은 죄가 없으니 듣는 사람이 경계로 삼으면 충분하다’라는 말을 구호로 삼았다. <시경> ‘관저’에 실려 있는 말로, 구절의 전문은 이렇다.

‘윗사람은 풍(風)으로 아랫사람을 교화하고, 아랫사람은 풍으로 윗사람을 풍자한다. 완곡하게 간하면 말한 사람은 죄가 없고 듣는 사람은 경계로 삼으면 족하니, 그래서 풍이라고 했다.’

여기서 풍은 바로 시를 말한다. 시는 위정자와 백성이 서로 소통하는 도구로, 나라의 통치와 백성들의 삶에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를 미루어보면 그 당시의 시는 오늘날 언론(言)의 역할을 감당했다고 볼 수 있다.

현대 언론의 역할은 훨씬 더 다양하지만 핵심은 독자들에게 정보 제공은 물론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까지 제시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옛날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특히 특정한 산업에 전문화돼 있는 언론은 그 분야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종사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편, 복잡다기하고 글로벌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바로 <농민신문>이 그동안 해왔던 역할이다.

이제 며칠 후면 NBS한국농업방송이 개국한다. 신문의 진실하고 깊은 정보와 방송의 신속하고 시의적절한 정보 전달력이 합쳐져 농민들에게 더욱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국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조윤제는…

▲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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