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지방소멸 위기와 지역농협

입력 : 2021-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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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치단체 절반 소멸위기 지역농협도 존립 기반 흔들려

조합원수 줄고 준조합원 늘어 새로운 역할과 추진 전략 필요

농작업 대행·생활 혁신 이끌고 조합원 늘려 농촌 재생 주력을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마트와 신용점포·농자재센터 등은 농촌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얼마전 집 앞에 있던 지역농협의 농자재판매센터가 이웃마을로 이전했다. 가까이 있을 때는 오가는 길에 필요한 비료나 농약을 사고 사료도 구입할 수 있었으나 이젠 자동차를 타지 않으면 안된다.

인구 감소로 어느 날 지역농협이 문을 닫는다면 불편한 게 어디 농자재를 구하는 일뿐이겠는가? 생활필수품을 사거나 돈거래를 해야 할 때 신용점포가 없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그동안 농협의 방만한 경영과 선거 잡음, 정체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역농협은 주민센터와 함께 농촌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공공서비스기관으로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에 가까운 105개가 소멸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특히 농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농업구조와 농산물 유통, 금융시장의 여건 변화는 지역농협의 존립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2019년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좋은농협위원회를 발족하고 농협중앙회장 및 조합장 선거제도 개선안을 제시한 바 있지만 과연 이것만으로 지역농협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지난해 5월 농협중앙회는 ‘함께하는 100년 농협’이란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환경 변화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방이 소멸하고 농촌이 붕괴되는 판에 농·축협은 어떻게 살아남아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100년을 버티겠다는 것인지 대책은 알려져 있지 않다.

농협법 제13조에 의하면 “지역농협은 조합원의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 확대 및 유통 원활화를 도모하며,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기술·자금 및 정보 등을 제공해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60여년간 농협은 고리채 정리, 벼 수매와 하나로마트 및 미곡종합처리장(RPC) 운영 등으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과 물가안정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조합원들이 바라는 농자재 구매나 농산물 판매 등 본연의 임무를 등한시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런 상황에서 지방 자체가 소멸위기에 처했다니 지역농협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라 아니할 수 없다.

전국 1118개 농·축협에서 8만4300여명의 직원들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교육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구조가 영세고령농과 전문농으로 양극화하면서 조합원수가 줄고 농협 이용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준조합원이 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조합원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57.6%나 되는 데 비해 40세 미만 젊은 조합원은 1.5%에 불과하다. 또 평균 조합원수는 1878명에 지나지 않는데 준조합원수는 무려 8.6배나 많은 1만6230명이나 된다. 여기에다 온라인쇼핑·인터넷뱅킹 등 소비패턴과 금융환경의 변화, 고령조합원들의 복지 수요 등을 고려하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지역농협의 새로운 역할과 비전, 추진 전략이 필요한 때다.

그동안의 농협에 대한 정체성 논란을 불식하고 지방소멸 시대에 위기의 농촌을 살리는 주체로서 지역농협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농협중앙회의 지원방식부터 지역농협의 자구 노력까지 확 달라져야 한다. 지역의 입지와 조합의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그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농작업 위탁 등 지역 영농과 로컬푸드 등 대안유통의 주체로서 그리고 귀농의 멘토이자 6차산업 선도자로서 지역농업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둘째, 지역종합센터로서 정부 지원사업의 대행이나 관련 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문화·복지 등 새로운 사업을 통한 지역생활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셋째, 차세대 조합원의 확보와 함께 지역 거버넌스 활동에 적극 협력하고 참여해 농촌을 살리는 데 한몫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역농협이 휘청거리면 주민들의 삶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협계통 이용 구매·판매가 50%에 불과하고 준조합원이 정조합원의 1.5배나 많다는 이유로 강제로 개혁을 당한 일본의 예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농협 스스로 결단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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