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마을방송과 주민자치

입력 : 2021-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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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방분권의 시대

지역정보 종류·양 많아져 마을방송만으로 감당 불가

주민들간 정보 격차 없도록 농촌 맞춤형 전달시스템 필요

 

며칠 전 경남 거창군은 ‘스마트 마을방송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마을방송 내용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마을방송을 통해 각종 행정정보와 농협의 협조사항은 물론 마을의 길흉사나 공동작업 소식까지 듣고 있는 농촌주민들에게 마을방송은 지역사회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소통의 창구다. 하지만 자칫하면 정보 소외계층이 발생하거나 이해가 관련된 정보의 독과점 등 폐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

마을 한구석에 있는 우리 집에서는 방송이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간혹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봄철이면 같은 보를 이용하는 몽리민들이 모여 물길 청소를 하는데, 두해 전에 부역하러 나오라는 방송을 듣지 못해 본의 아니게 결석을 하고 벌금을 물었다. 벌금 자체보다 ‘마을 일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누명을 쓴 게 부끄러웠다. 보의 책임자와 이장에게 방송이 잘 들리지 않으니 전화로라도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그 후에도 방송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이웃에서 알려줘 고비를 넘겨왔는데 글쎄, 올해는 그 이웃마저 방송을 제대로 듣지 못해 공동작업에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흔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를 지식정보화 사회라고 한다. 지식과 정보의 창출·확산·활용이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 새로운 사업 기회의 창출뿐 아니라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은 물론 특정 산업이나 지역간에는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나 정보매체의 이용능력에 차이가 존재해 정보 격차가 발생한다. 국민 대부분이 텔레비전 등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 소식을 듣지만 농촌에서는 지역 개발이나 길흉사 등 생활권의 살아가는 이야기, 농업 지원과 복지 혜택 등 구체적인 정보는 마을방송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으로 전달 가능한 정보의 종류와 양, 일방적 전달방식 등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한번 방송을 놓치면 달리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정보 공유의 문제가 있다.

중앙정부가 추진해온 토목공사에 의존하는 하향식 지역 개발정책이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근래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의 구체적 상황 속에서 주민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 대안을 강구하기 위해 2013년 시작된 주민자치회는 2019년말 기준 96개 시·군·구, 408개 읍·면·동에서 운영되고 있다. 아직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기능 및 업무 범위며 공평무사한 운영방식 설정과 운영위원의 선임, 그리고 온라인 참여 여건 조성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하지만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의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적 참여의식을 고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귀농·귀촌과 다문화가정의 증가로 농촌지역의 주민 구성이 다양해지고 정보의 내용과 전달방법도 달라진다.

1960년대에는 마을에 알려야 할 일이 있을 때 집집마다 찾아가 전하거나 뒷산 언덕에 올라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 후 1970년대초 전기가 들어오면서 집집마다 앰프를 설치했고, 확성기를 통해 아침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 마을을 가꾸세’라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방분권과 주민자치를 강조하면서 어느 때보다 정보 공유의 중요성이 커지고 생산되는 정보의 종류나 양도 더이상 마을방송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관심과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고 지역 발전에 주민 참여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정보 공유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과제다. 어떻게 하면 지역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양을 보다 풍부하게 하고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춰 정보를 전달해 주민들간 정보 격차를 줄일 것인가?

방송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마을방송시스템을 갖춘 거창의 사례 외에도 경북 칠곡에서는 읍·면 단위 누리집을 통해 각종 공지사항과 이장회의 내용 등을 상시 공개한다고 한다. 관심 있는 사람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면 훨씬 많은 맞춤형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지 않겠는가! 길을 내고 다리를 놓는 것만이 지역 발전이고 주민자치가 아니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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