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지방소멸 막으려면 지자체 일하는 방식 바꿔야

입력 : 2021-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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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획일적 사업 아닌 지역 주체적 자구 노력 필요

정책 합리적 의사결정 위해선 과학적인 행정시스템 구축을

여러 부처 관련 사업 연계하고 새마을운동 비결 되새겨봐야

 

며칠 전 국무회의에서 인구감소지역의 지정절차와 지원사항을 규정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새로운 시행령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은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의한 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게 된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면 ▲국가와 지자체가 수립하는 발전계획에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 ▲교통·상하수도·생활인프라 등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건축시설 등 일부 허가승인에 대한 신속처리 지원 등을 할 수 있다.

지방소멸을 걱정하며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주민의 한사람으로서 지방소멸 위험지역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니 반갑다. 하지만 지원 내용이 기반 정비나 시설 확충 등 하드웨어 중심인 데다 지자체의 역량이 과연 지역의 여건이나 개발 수요를 반영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왜냐하면 그동안 대부분 지역개발사업이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하드웨어사업을 중심으로 컨설팅업체가 만든 계획에 따라 추진되면서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인구감소를 막는 데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도시와 수도권으로 떠나는 사람을 현지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안정된 일자리와 소득원, 그리고 도시 못지않은 편리한 생활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가 하면 낙후지역을 신활력지역으로 지정해 목돈을 풀기도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왜 그랬을까? 어쩌면 지역 스스로의 책임 있는 자구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지자체의 형편은 어떤가? 소멸위험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경북의 농촌 활성화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업들을 살펴보면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등 지역개발사업 182개,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 등 일자리사업 165개, 청년행복뉴딜프로젝트 등 청년사업 85개, 귀농·귀촌사업 10개, 식품산업과 6차산업 관련 사업도 37개나 된다. 여러 중앙부처에서 농촌 살리기를 위해 제각기 추진하는 수많은 사업들 때문에 담당 공무원 한사람당 몇개씩 사업을 안고 씨름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업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탈이 날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 소멸위험지역에 대한 종합 지원제도를 마련했다니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처럼 중앙정부 위주의 획일적인 하드웨어사업이나 일회성 보조로 그쳐서는 안된다. 정보·인재·재정 등 지방의 취약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살펴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지역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의 기초를 강화했으면 한다. 아울러 정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읍·면 중심지-마을에 이르는 행정의 위계에 따른 기능 분담과 서비스 공급체계도 재검토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도도하게 흘러가는 사람과 경제의 흐름을 막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지방분산을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지자체의 자구 노력, 즉 일하는 방식을 확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유명무실한 계획제도를 정비하고 기초 통계를 확보해 선거에 포로가 된 지방행정에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과학적인 행정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여러 부처의 관련 사업을 서로 연계하고 협력해 함께 일하는 체계를 확립하고, 그 과정을 평가하고 환류하는 관리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또 세계적인 지역 개발 모델이 된 새마을운동의 성공비결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즉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는 자조·자립·협동정신을 바탕으로 열심히 하는 지역에 더 큰 인센티브를 줘 지역과 주민 스스로가 일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지역 개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지방소멸 위기 앞에서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내가 하는 일에 무슨 잘못이 있고, 그래서 일하는 방식을 이렇게 바꿔보자는 구체성 있는 반성이나 실천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기존 지역정책의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강구하는 공부를 하는 게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닌지 모르겠다. 공자도 ‘종일 먹지 않고 밤새워 사색하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를 하라’ 하지 않았던가!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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