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농림어업총조사에 나타난 새로운 정책 수요

입력 : 2021-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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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고령화·소가족화 가속도 도시 살며 출입 경작 크게 늘어

농촌 토지 이용 방식 개편하고 새 주거시설·복지서비스 마련을

지방 도시와 도농통합 개발 등  농정의 근본적 틀 변화 필요

 

얼마 전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잠정)’ 결과가 발표됐다. 농림어업총조사는 5년마다 농림어가의 규모와 인구 분포, 경영형태 등을 전수 조사하는 국가기본통계다.

농림어가의 구체적인 변화 실태는 물론 행정리 단위 자료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상별 맞춤형 정책과 소지역 정책을 입안하는 기초자료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농가·농가인구의 감소와 함께 고령화·소가족화 추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도시의 농민들이 크게 늘었다. 먼저 농가와 농가인구는 2015년 108만9000가구, 256만9000명에서 지난해 103만6000가구, 231만7000명으로 줄었다. 연령별로 보면 15세 미만은 4.3%에 불과하고 65세 이상 고령자는 42.5%로 전국 평균(15.7%)에 비해 매우 높다. 더구나 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6.1세로 60세 이상 경영주의 비중이 73.4%나 된다.

이렇듯 극심한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차 누가, 어떻게 우리 농업을 담당할지 대안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농업을 규모화하고 전문화하는 대신 사회안전망과 복지정책을 통해 고령농을 보살필 수 있도록 농가별 맞춤형 정책을 도입하고 농업구조를 바꾸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농지에서 19만명의 농가인구로 수출대국이 된 네덜란드처럼 우리도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구원수별로는 1인가구가 20만7000가구, 2인가구가 56만가구로 이들 소규모 농가가 74%나 된다. 따라서 고령농들이 가진 주택과 농지를 포함한 유무형의 자산을 승계해 농촌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래된 낡은 농가주택, 여기저기 골목에 세워놓은 자동차와 대형 농기계, 아무 곳에나 쌓아둔 퇴비더미는 어떻게 할 것인가. 농촌의 인구가 줄고 소가족화함에 따라 토지 이용 방식과 공간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그리고 쾌적한 생활환경 속에서 고령자들이 안락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주거시설과 복지서비스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도시지역의 농가가 늘어나는 새로운 변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특별시와 광역시의 농가는 11만1400가구로 2015년에 비해 35.8%나 증가했다. 또 전체 동지역의 농가도 2015년 23만2000가구에서 지난해 28만4000가구로 22.4% 늘었다. 통계청은 귀농·귀촌에 관심을 가진 도시민들이 준비하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같은 기간 읍·면 지역 농가가 12.1% 감소한 것을 보면 도시에 거주하면서 농촌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게 아닌가 짐작된다.

내가 살고 있는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농민들 중에도 안동의 아파트로 이사해 출퇴근하는 경우가 꽤 있다. 교육·의료·문화 등 생활환경이 편리한 지방 중소도시에 거주하면서 출입 경작을 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경제생활권의 광역화 추세 속에서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의 기능 분담이 이뤄져야 하며, 지역 개발과 마을 단위 공공서비스 제공에도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농가인구 감소와 고령화, 그리고 보다 나은 생활환경을 위한 도시로의 거주지 이동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4년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영농의 규모화·기계화·전문화를 위해 노력해왔으나 여전히 평균적인 농가를 대상으로 한 산업정책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마을 중심의 농촌개발정책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농정 기조는 그대로인 것이다.

이번 농림어업총조사 결과는 기존의 농업·농촌 정책을 더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농가의 유형을 산업정책과 복지정책 대상으로 구분하고, 전문경영체와 농업법인을 중심으로 한 과감한 산업구조 개편, 영세 고령농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영농대행회사와 공동주거·급식시설, 마을주치의제도와 같은 실효성 있는 사회안전망 확대, 농촌의 경관 보전을 위한 토지 이용 방식과 공간구조 개편, 특히 광역화한 정주생활권을 중심으로 지방 중소도시와 연계한 도농통합 개발 등 근본적인 정책 틀의 변화가 요구된다. 새 정책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은 물론 기존의 농정 조직과 인력, 그리고 일하는 방식을 다시 정비하는 일도 절박한 과제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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