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농어촌 정보취약 어떻게 할 것인가

입력 : 2021-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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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접속·이용여부·능력 등 일반 국민의 77.3% 수준 그쳐

4차산업혁명 가속화할수록 ICT 기반 약한 농촌 피해 클 것

통신기기 보급·교육 등 서둘러야


생각할수록 시골살이에서 위안이 되는 것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도움이다. 평소 TV를 보지 않는 나는 휴대폰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날씨를 확인하고, 유튜브를 통해 관심 있는 분야의 강의를 듣기도 한다. 아내는 온라인으로 책이며 생필품을 사고 은행업무도 처리한다. 집에 앉아 인근에서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와 생필품, 심지어 농자재와 묘목까지 살 수 있고 문 앞까지 배달해주니 여간 편리하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물건을 골라서 살 수 있는 데다 읍내에 장 보러 가는 시간과 비용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식구가 사는 우리 집에는 어머니가 사용하는 집 전화 외에도 각자 이용하는 휴대전화가 하나씩 있다. 자료를 정리하고 글을 쓰는 나는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아내는 태블릿PC를 사용하는데 인터넷 선을 깔고 와이파이 단말기를 설치하니 전화료와 매월 내는 통신요금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수시로 인터넷 접속이 끊기거나 속도가 느려져 답답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초고속통신망을 깔고 시내버스까지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한다지만 2000여명이 살고 있는 우리 면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되는 곳은 면사무소 한곳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농어민들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77.3%에 불과해 저소득층(95.1%)이나 장애인(81.3%)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무선 정보기기 보유와 상시 인터넷 접속 가능성 여부로 판단하는 ‘접근 수준’ 및 인터넷 이용 여부와 서비스의 다양성으로 판단하는 ‘활용 수준’이 낮고, 특히 개인용 컴퓨터(PC)와 모바일기기의 이용능력으로 판단하는 ‘역량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정보격차는 개인의 소득과 삶의 질은 물론 지역 활성화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소득자와 농어촌 주민, 장애인 등 경제적·지역적·신체적 약자에게도 통신망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정보이용을 보장하기 위해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기본 원칙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지능정보화기본법 제3·4조). 이에 기초해 2019년부터는 이를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하고, 주민이 원할 경우 초고속인터넷을 제공하고 있지만 농어촌의 경우 서비스 품질이 낮고 주민 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로봇·드론 등 ICT를 기초로 한 4차산업혁명이 진척될수록 인터넷 기반이 취약하거나 인터넷을 활용하기 어려운 지역과 사람간의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농업·농촌 분야에서도 영농기술 및 수급정보의 수집 및 이용은 물론 원격교육과 스마트팜·전자상거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ICT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특성상 인터넷 기반이 취약하고 관련 지식이 부족해 문명의 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는 불편을 감수하고 그럭저럭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ICT가 발전할수록 격차가 누적돼 가뜩이나 일자리 부족과 생활 불편으로 사람들이 떠나는 농어촌지역은 저개발의 구조적 악순환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최근 경제·사회 활동은 온라인을 이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정보 취약계층이 많은 농어촌지역이 이런 방식에 과연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정부는 2022년까지 1300개 농어촌마을에 초고속통신망을 구축하고 통신사간 망 공동이용을 통해 5세대 이동통신(5G) 접근성을 높인다고 한다. 하지만 비싼 요금에 비해 잘 터지지도 않는 5G를 위해 기존의 4세대 이동통신(LTE) 속도가 늦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농어촌지역의 통신 기반을 서둘러 확충하고, 공공시설이 가진 와이파이를 개방하는 등 요금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이밖에 어르신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가격의 통신기기를 보급하고, 이분들이 편한 마음으로 ICT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을 기르는 정보화교육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당장은 눈에 잘 보이지 않더라도 머지않아 정보통신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능력이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지역 활성화 여부를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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