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국가식량계획과 승계농 육성

입력 : 202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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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초고령화·일손 부족으로 영농체계 급속히 무너지고 있어

경영주 연령·농지 실태 파악 농업 구조 등 재설계 필요

가업 잇는 승계농 활성화 위해 상속지원제 개선도 서둘러야

 

입춘과 우수를 지나면서 올해 농사를 어떻게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지난해까지 밭을 부치던 사람은 힘들어 못하겠다 하고, 겨울철 논에 마늘을 심고 대신 모를 내주던 사람도 그만두겠다고 한다. 대신할 사람을 찾아보지만 여의치 않다. 초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없으니 기존 지역의 영농체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농촌 일손은 단순작업을 하는 노동력을 의미했기 때문에 부족하면 인력회사나 외국인 근로자로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전문 농업인들이 은퇴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유지해온 지역 영농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즉 생산을 담당해왔던 경영 주체의 탈농으로 인한 공백은 물론, 이들의 기술과 농기계에 의존해왔던 영세 고령농과 여성농민들도 더이상 농사를 짓기 어려워진 것이다.

내가 사는 경북 의성군 단촌면에서도 오지인 외천이란 자연부락에는 25가구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이 고령자들로 농사짓는 사람은 서너집에 불과하다. 그중 경운기 등 농기계를 가진 경영주가 이웃농가를 돌봐줘 여성농민들도 농사를 지어왔는데 얼마 전 여성농민 한분이 병원에 입원해 올해 농사는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한다.

이런 사정은 70여가구가 사는 우리 마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민들 중 직접 농사를 하는 집은 10여가구에 불과하다. 그중 큰 농기계를 가진 서너농가가 이웃 고령농들의 농사까지 지어왔다. 하지만 이들도 노동력이나 판로 부족으로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은 “식량위기에 대비해 식량공급체계를 강화하고 국민 누구나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식량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곡물 기준으로 21% 남짓한 수준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국민 식량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농가 경영주의 연령구조와 농지의 소유 및 이용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바탕으로 필요한 식량생산을 위해 농업의 구조와 지원제도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누가 농사를 어떻게 짓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정부 예산을 함부로 쓰다보면 좋은 계획을 세워도 제대로 된 성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농가는 100만7158가구다. 경영주 연령별로 보면 도시의 은퇴 연령인 60세 이상이 78만5043가구(77.9%), 70세 이상만도 46만881가구(45.8%)나 된다. 10년 후에는 이들 중 대부분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며, 농가수는 절반으로 줄고 유휴농지는 늘어날 것이다. 실제 2013년 18만㏊던 유휴농지가 2018년에는 21만1000㏊로 늘어 우리나라 농경지는 1975년 224만㏊에서 2018년 159만6000㏊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신규 창농·귀농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들이 장기간에 걸쳐 축적되는 농사 기술·경험, 많은 투자가 필요한 농지·농기계를 확보해 식량생산의 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국가식량계획의 기초가 되는 지속가능한 농업경영을 위해서는 가업을 잇는 승계농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가업 승계를 통한 경험·기술, 고유한 철학·노하우의 축적은 우리 농업·농촌이 발전하는 근간이 될 수 있다. 이들이 농촌생활 속에서 쌓은 지혜·네트워크·애향심 등은 농업의 산업화와 지역공동체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농업 승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상속지원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 다양한 6차산업을 부모와 협업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 및 지원, 그리고 세대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가족경영협약제도가 필요하다. 승계할 가족이 없어 부득이 제3자 승계를 할 수밖에 없다면 이를 창농·귀농 정책과 연계하고, 영농 대행회사 형태의 농업법인을 활성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승계농이 자리를 잡기까지 지역 영농체계의 급속한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농작업 대행 서비스센터나 지역농협의 농작업 대행과 같이 농작업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행해주는 시스템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한 고령농의 순조로운 은퇴, 농업경영의 규모화·전문화는 시장질서하에서 국가식량계획의 기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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