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추위가 두려운 농촌의 겨울

입력 : 2021-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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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비싼 기름·전기 쓰는 난방 농촌 가계 부담 증가의 한축

에너지 취약층 지원사업 확대 

신재생에너지 적극 개발·보급

열효율 높이는 주택개량 등 절실
 

집도, 옷도 변변치 않았던 옛날에는 참 많이 추웠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이규보는 ‘고한음(苦寒吟)’이란 시에서 ‘아내여, 아이야, 춥다고 울지 마라. 내가 약목이라도 베어 숯을 구워 우리 집과 온 천하를 따습게 하여 추운 섣달에도 늘 땀 흘리게 하리라’고 읊었겠는가? 그때보다 의식주 형편이 크게 나아졌지만 농촌에는 요즘도 추위에 떨며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이번 겨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여느 때 같으면 노인정에서 지내던 어르신들이 종일 집에서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계신다. 

우리 집도 아버지가 1970년대말에 지은 2층 슬래브주택이다. 아궁이에 불을 때 난방을 하다가 입식부엌으로 바꾸고 심야전기 보일러를 설치했으나, 몇해 전 심야전기 요금이 크게 인상되면서 어머니는 늘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사용해왔다. 내가 집으로 돌아와 조그마한 사랑채를 짓고, 2층을 수리해 기름 보일러를 들여놓았지만 외풍이 세서 잘 때는 전기장판을 쓰고 있다. 세식구 사는 집에 심야전기보일러·기름보일러·전기장판에 아궁이까지 동원해 난방을 하고, 취사할 땐 액화석유가스(LPG) 용기를 사용하니 경제성도 문제지만 불편하기 짝이 없다. 

흔히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귀농·귀촌을 해서 겪는 가장 당황스러운 일 가운데 하나가 겨울 추위와 비싼 난방비 문제라고 한다. 공동난방을 하는 아파트나 다가구주택에서 살다가 막상 시골에 오니 겨울이 너무 추워서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농촌주택은 대부분 지은 지 오래된 단독주택으로 단열이 부실한 데다 도시가스 대신 값비싼 기름이나 전기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도시가스를 사용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100으로 할 경우 기름보일러는 157, 배달 용기 LPG는 167이라고 한다(2015년 기준). 2019년 도시가스 보급률은 84.9%로 지방에 비해 대도시가 훨씬 높다. 특히 농촌지역의 도시가스 보급률은 9.8%에 불과하다(2015 농림어업총조사). 도시가스는 통신이나 수도와 같은 네트워크산업으로, 일정한 규모와 밀도의 수요자가 없으면 배관망을 설치하기 어려워 아직도 323만7000여가구가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에너지 가격 차이는 농촌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가계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국민 기본권 차원에서 보편적 서비스로 취급한다. 에너지법 제4조에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에너지공급자는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게 에너지가 보편적으로 공급되도록 기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양질의 기본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난 정부 때 시작한 것이 마을 단위 LPG 배관망 보급과 에너지바우처사업이다. 전자는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마을에 소형 LPG 탱크를 설치하고 모든 세대를 배관으로 연결해 LPG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용기로 LPG를 공급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안전성과 편리성도 있다. 하지만 2020년 사업물량이 29개 마을로 처음 시작한 2014년의 18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보급사업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후자는 2015년부터 에너지 취약계층이 전기·등유·LPG 등을 구입할 때 일정액을 국민행복카드로 지급하거나 에너지 요금에서 차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시가스 배관망 확충이 어렵다면 에너지 불평등 해소를 위해 이러한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실정에 맞게 태양광과 태양열·풍력·지열 등 친환경적인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개발·보급하는 한편, 농촌지역에 풍부한 축산분뇨나 산림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밖에도 단열과 창호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도록 주택을 개량하고, 패시브하우스(저에너지주택)의 보급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흔히 고달픈 삶을 ‘춥고 배고프다’고 표현하듯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에너지 소외계층을 해소하고 적절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건강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이렇게 추운 겨울날도 보일러 켜는 것을 망설이는 농촌 어르신들이 평안한 마음으로 따뜻하게 지내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국가 균형발전과 국민 행복의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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