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칼럼-배금자]‘불효자방지법’이 필요한 이유

입력 : 2016-05-16 00:00

갈수록 재산 둘러싸고…부모자식 험한일 잇따라

자녀에게 재산 넘겨주면…부모 부양 소홀·학대해도…돌려받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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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배금자 인권변호사 법조인생 담은 책 <정의는 이긴다> ‘책넝쿨’ 통해 펴내
 세계적 역사학자 토인비는 1973년 “만약 지구가 멸망하고 인류가 새로운 별로 이주해야 한다면 지구에서 꼭 가져가야 할 제일의 덕목은 한국의 효문화”라고 극찬하였다. 그로부터 불과 반세기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우리의 효문화는 퇴색해진 나머지 부모·자식 간에 재산을 둘러싸고 험악한 일들이 꼬리를 무는 세상이 되었다.

지난해부터 정치권에서 ‘불효자방지법’을 마련하겠다고 요란법석이더니 4·13 총선이 지난 후에는 잠잠하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불효자방지법이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다시 한번 짚어본다.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한 후에 자식이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부모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을 때도 현행 민법으로는 증여한 재산을 도로 환수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 재산을 증여한다고 약속은 했지만 완전히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래와 같이 세가지 경우에만 그 약속을 없던 것으로 하는, 이른바 해제권 행사가 가능하다.

첫째, 서면으로 증여의사 표시를 하지 아니한 경우, 둘째,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가 있는 경우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 셋째, 증여계약 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하여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다.

그러나 재산을 완전히 넘겨준(부동산 등기이전, 금전교부나 금융계좌 명의변경) 후에는 재산을 넘겨주기 전에 미리 조건이나 부담을 서면으로 약정하는, 이른바 효도계약서가 작성되어 있지 않는 한 아무리 자식이 부모를 유기·학대하거나 돌보지 않아도 이미 넘겨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다.

그 이유는 민법 제558조에 이미 이행이 완료된 부분에 대해서는 해제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사적으로 불효자방지법이 필요한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민법 제558조를 삭제해야 하고, 이행이 완료된 후에도 부양의무 불이행이나 범죄행위, 나아가 기타 부당한 대우, 생계의 중대한 영향이 있는 경우 등 폭넓게 해제사유를 인정해야 한다. 증여받은 부동산을 팔아버린 경우에는 금전으로 반환하게 하고, 해제권의 행사 기간도 민법의 규정(6개월)보다 연장(1년)하는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형사적으로도 불효자방지법이 필요한 부분은 존속폭행죄와 관련한 형법 260조 제3항 규정의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다. 현행 형법 260조 제3항은 폭행과 존속폭행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처벌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이웃이나 친척도 고발하지 못하며 수사기관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개입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폭행당한 부모가 자식을 처벌해달라고 고소하지 않는 한(실제로 많은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폭행당하고도 처벌을 구하는 경우가 드물다) 국가 공권력이 존속폭행 사건에 개입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민사적으로나 형사적으로 자식으로부터 피해를 당하는 부모의 재산권과 인권 보호를 두텁게 해야 할 이유 때문에 불효자방지법 마련이 필요하다. 물론 법이 통과되려면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법에 반대하는 논거는 이런 법이 마련된다면 부모·자식 간의 송사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불효자방지법이 마련되기 전에도 현형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할 때 반드시 활용해야 할 중요한 장치가 있다. 그것이 바로 ‘효도계약서 작성하기’다.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할 때 나중에 잘하겠지라고 믿고 그냥 증여해주거나 말로만 이런저런 것을 요구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서면으로 조건이나 부담을 적어 서로가 서명한 계약서를 교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식이 부모 재산을 받아서 ▲매달 얼마씩 부양료를 지불할 것 ▲한달에 몇번 방문할 것 ▲조상 제사를 어떻게 지낼 것 ▲증여받은 재산을 부모 생전에 처분하지 않을 것 등 부모가 원하는 여러 조건을 명시하고, 그 조건이나 부담을 지키지 않으면 증여계약은 해제할 수 있고 자식은 재산을 도로 부모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기해 서명날인한 계약서(기왕이면 공증까지 받아두면 더 확실)를 교환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한국사회도 토인비가 극찬한 효문화가 약해지고 어느덧 부모·자식 간에 계약서가 필요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배금자(해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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