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칼럼]쌀 목표가격, 근본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입력 : 2013-11-20 00:00

서울대 명예교수,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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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산부터 적용될 쌀 목표가격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반년째 평행선을 그리면서 전례 없는 국정감사 파행까지 빚어졌다. 자칫 연내에 마무리되지 못하면 변동직불금 지급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조차 나온다.

 정부가 5월 국회에 제출한 목표가격 변경동의안(80㎏ 기준 17만4083원)에 대해 농민단체는 제도시행 이후의 물가 및 생산비 증가를 반영한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비슷한 취지를 담은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6건이나 발의돼 있는 등 지금의 쌀 직불제 시행 8년 만에 쌀 목표가격은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은 정부안, 민주당 수정안(19만5901원), 농민단체 주장(23만원) 간의 무원칙한 봉합을 넘어 새로운 제도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현행 제도의 취지와 한계에 대한 인식공유다. 현재의 쌀소득 ‘보전’ 법에 따른 목표가격제는 2004년 쌀협상의 후속조치로 이뤄진 양정제도 개편의 산물이다. 쌀값의 과도한 하락으로 인한 농가경제의 타격을 완화하고자 도입된 것이지 종래의 수매제가 지녔던 생산비 및 물가변동을 감안한 ‘가격지지’ 기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쌀 직불금 가운데 고정직불은 논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보상으로 논의 형상과 기능을 유지하면 다른 작물을 재배하거나 휴경하더라도 지급되는 환경직불의 성격을 지녔다. 이에 반해 변동직불은 쌀 생산에 연계시켜 수확기 시장가격과 목표가격 간 차액의 85%에서 고정직불금을 차감한 금액을 지급하게 돼 있어 생산비 및 물가변동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러한 제도설계의 결과 지금 나타나고 있는 농민단체의 생산비 및 물가변동 보상요구나 정치권의 목표가격 변경법안 제안은 필연적 귀결이지만, 현행 제도의 틀 속에서는 해결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어떤 방향에서 모색돼야 할까? 쌀농가뿐 아니라 우리 농업을 지탱하고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다양한 농가와 농업경영체들이 지나친 도농간 소득격차나 소득변동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영농해 나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농가소득·경영안정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본격적인 정책노력이 모든 관련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민관공동기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득·경영안정제도의 정책대상이 될 농가 및 경영체의 범위를 엄격히 확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형식에만 그치는 농가등록제를 내실 있게 강화해 경영내용과 농가수지를 투명하게 함으로써 정책지원 대상 농가와 상당수에 이르는 이른바 가짜 농가 및 가짜조합원을 구분해 재정낭비를 방지하고 농정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또 우리 농업이 과도한 쌀 집착에서 벗어나 식량자급률 하락의 근본요인인 밀·콩·옥수수 등 기간작목을 재배하도록 유도하고 사료작물의 국내생산을 확대하는 등 작목다양화를 위한 발상의 전환을 해나가야 한다. 우리는 ‘식량자급=쌀 증산’이라는 소비구조 변화를 외면한 낡은 틀에서 벗어나 국내 식량생산의 잠재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이 시대에는 정부와 농업인 간의 올바른 역할분담체계가 정립되지 않고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규제나 직접개입을 통한 정책시행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경제활동 여건을 조성하고 유도하는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 생산자는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기책임 아래 경영을 발전시켜나간다는 민관거버넌스(공공경영) 방식이 경색된 농정현안들을 풀어나갈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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