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칼럼] 불확실성과 저성장시대의 농정과제

입력 : 2012-01-01 00:00

정영일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포토뉴스
 유례없는 전국 규모의 구제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지난해의 우리 농업·농촌은 험난한 파도에 휩싸여 어려운 상황을 겪어 왔다. 1592년의 임진왜란 이후 일곱번째로 돌아온 흑룡의 해인 새해에도 한층 증폭될 것으로 전망되는 갖가지 격변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소망해 본다.

 임진년 새해 우리 앞에는 한·미 FTA의 발효와 한·중 FTA 협상개시, 양대 선거, 개정 농협법에 따른 사업구조개편, 정부부처의 지방이전 등 대형이슈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 모두가 최소한 앞으로 5년 이상 중장기에 걸쳐 우리들의 삶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다 줄 사안들이어서 합리적이고 올바른 방향의 대응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지난달 농림수산식품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2년 업무계획에서 정부는 농식품정책의 핵심과제로 ▲FTA에 대응한 농어업 경쟁력 확보 ▲농협개혁과 농수산물 수급안정 ▲귀농·귀촌 활성화 등 세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또 중점시책으로 정예인력 육성, 연구개발 혁신, 농어업시설 현대화, 농식품수출 확대, 농협개혁과 경제사업 활성화, 농수산물 수급 및 물가안정, 식량의 안정공급, 귀농·귀촌 교육 및 창업지원, 마을공동경영체 활성화 등 9가지를 들고 있다.

 이를 2011년 중점과제와 대비할 때, 새로이 강조되고 있는 시책과제로는 정예인력 육성, 농어업시설 현대화, 경제사업 활성화, 귀농·귀촌 지원 등을 들 수 있지만 농정의 기본방향이 농업경쟁력 강화로 설정되고 있는 점에서는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고 하겠다.

 그런데 2012년 국내외 경제전망은 한결같이 불확실성과 저성장시대의 지속이며 정책화두는 대내외 위험을 감안한 신중한 대응과 안정적 성장기반의 구축노력이다.

 농정영역에 있어서도 세계경제의 저성장기조, 중장기 재정여건의 불투명성, 금융시장의 불안 우려 등 경제환경 변화와 총선과 대선이 연이은 정치일정, 양극화의 심화와 복지요구 확대에 따른 사회갈등의 증폭 등 요인을 충분히 감안한 성숙한 대응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새해 농정은 농어업시설 확충과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성장위주 경쟁력 강화 정책보다는 경제적·사회문화적·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체계적으로 모색함으로써 농촌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전환을 이룩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할 수 있다.

 한·미, 한·중 FTA와 더불어 맞게 될 전면개방시대의 내실 있는 대책은 시설투자 확대를 통한 공급능력 확충이 아니라 국내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임으로써 지나친 글로벌 푸드시스템 의존을 낮추고 로컬 푸드시스템의 순환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공식품 중심의 수출확대, 국내농업과의 연계성이 불분명한 클러스터 조성, 기반이 약한 한식세계화 같은 농촌주민의 삶과 맞닿지 않는 지표위주의 시책보다는 정부나 시장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농촌사회 내의 사회적 경제영역을 확충하는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농협개혁의 궁극적 목표도 사업구조개편에 머물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조직이 제도금융과 정책사업에 편중하는 현상을 탈피하여 생산자조합원과 지역주민이 하나가 되어 농촌지역공동체를 되살리는 운동체의 성격을 회복하는 데까지 발전되어야 한다.

 새해 농정은 농촌사회 내의 양극화가 지나치게 심화되는 현실에 유의하면서 농업의 양적 성장보다는 농촌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반구축을 중심으로 차기정부에서도 승계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통합적 정책틀 만들기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제약이 예상되는 재정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시행착오와 도덕적 해이를 줄이면서 불확실성과 저성장 경제환경에 연착륙하기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본란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