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입력 : 2021-02-19 00:00

01010101401.20210219.900014604.05.jpg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느 해와 다름없이 이런 인사를 주고받는 시기다. 하지만 설을 둘러싼 풍경은 예년과는 많이 달랐다.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 설에도 고향에 있는 가족은 볼 수 없었고, 심지어 같은 지역에 사는 친척과도 마음 편히 함께할 수 없었다. ‘명절증후군’이나 모이기만 하면 다투는 가족 때문에 힘들었는데 잘됐다는 사람도 있고, 지지고 볶는 것이 가족인데 이러다 명절에 가족이 모이는 풍습이 사라지겠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사전적 의미는 부부를 중심으로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그렇지만 가족에 있어 이런 사전적 의미가 뭐가 중요할까. 가족이 지닌 의미는 사람마다 사뭇 다를 것이다.

특히 1인가구가 늘어나는 사회 변화와 맞물려 가족은 함께 밥 먹는 ‘식구’보다는 성장기를 함께 보낸 ‘원가족’이라는 의미를 더 강하게 띠게 됐다. 누군가에게 가족에 대해 묻는다면 아마 추억 속 가족을 떠올릴 가능성이 크다. 그 추억이 어떤 모양인지에 따라 가족은 누군가에게는 그립기도, 애틋하기도, 반대로 지긋지긋하기도 할 것이다.

이도우 작가의 장편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따뜻함이 도드라지는 ‘치유 로맨스’ 장르의 이야기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북현리’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과 아련한 동화 같은 이미지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도시에서 첼로를 가르치던 ‘해원’은 고향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이모 곁에서 겨울을 보내기로 한다. 가슴속 아픈 상처를 지닌 그녀는 큰 기대 없이 고향에 내려갔다가 새로 생긴 동네 책방에서 생각지 못했던 추억을 되살려낸다. 그 책방 주인장은 어린 시절 겨울철 들판에서 마시멜로(곤포사일리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은섭’이었다.

이야기는 주로 은섭이 밤마다 적어 내려가는 책방일지를 통해 전개된다. 책방일지를 엿보면 은섭이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 창을 가리고 있는 나뭇잎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을 볼 수 있다는 것과 설날이 다가와 당신이 며칠이나마 이 마을로 돌아온다는 것….

‘태양 아래서는 역사가 되고 달빛 아래서는 전설이 되는 것처럼, 램프 아래서는 모든 것이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는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 곁에 있었다’는 말과 함께 두 주인공은 겨울철 북현리에서 잊기 어려운 추억을 만든다. 그리고 어린 시절 가족과 빚은 갈등도 별이 되듯 사그라지는 경험을 한다.

이 작품을 보며 가족에게는 떨어져 그리워하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한번 그동안 명절을 떠올려보자. 원가족과, 결혼으로 이룬 또 다른 가족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해 갈등이 빚어지곤 했다. 서로를 섬세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이에 부모 입장, 남편 입장, 아내 입장, 며느리 입장, 사위 입장에 따라 명절 풍경은 저마다 다른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본의 아니게 가족간에도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던 이번 명절은 오히려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족은 내게 어떤 의미고, 가족에게 나는 어떤 의미일까 성찰한다면 비록 몸은 함께하지 못해도 가족은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 곁을 떠날 줄 모르는 요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인사는 이것이 아닐까.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김재원 (KBS 아나운서)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