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청소부와 쓰레기

입력 : 2021-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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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에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 바로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상이다.

뉴스를 보거나, 혹은 직접 사람들과 대화할 때면 남녀, 정치 성향, 취향을 기준 삼아 구분 짓고 서로 차별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쉴 새 없이 목도한다. 체육대회에서 청군 백군을 나누듯 좌파와 우파, 혹은 보수와 진보로 서로를 구분한다. 남성과 여성은 시도 때도 없이 다른 성별을 혐오한다. 그리고 자신과 견해가 다르면 적으로 규정하고 무차별적으로 난사를 퍼붓는다.

더 무서운 것은 오직 자신, 혹은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만이 선(善)이며 정의라고 믿는 것이다. 60년을 넘게 살면서 이 정도로 살벌할 만큼 선을 긋고, ‘정체’를 밝히라고 강요하고, 그 정체가 자신이 속한 부류와 다르면 혐오하는 상황은 처음 겪는다.

얼마 전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사람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격렬하다 못해 잔인할 만큼 어떤 대상을 비난하고 조롱했다. 상대를 비난한 그도 상당히 문제가 있는 인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그는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의 손이 꼭 깨끗할 수만은 없다”며 자신이 완벽히 깨끗한 사람은 아니라고 ‘살짝’ 인정했다.

그래도 의문은 안 풀린다. 도대체 누가 쓰레기고, 누가 청소부일까. 그것을 결정짓는 것은 누구일까?

한번은 우연히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회사 50대 이상 꼰대들은 다 물러나야 해. 월급 벌레들이잖아.” 나는 직장인도 아닌데 나이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죄인이 된 것 같아 고개를 돌렸다. 어르신 대접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라져야 할 존재 취급까지 당하는 것은 너무도 서글픈 일이다. 왜 나이든 이들은 젊은이의 적이 된 걸까.

하나둘 나이를 먹으면서 나의 정체성을 규정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어떤 사안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다가도, 다른 사안에서는 진보적이 된다. 학창 시절 혼전 순결주의자였던 동창이 “우리 딸 결혼해, 임신 4개월이야. 요즘은 그게 혼수라더라”라고 자랑스럽게 말해도 누구도 그를 나무라진 않는다. 오히려 다들 축하해준다. 사람은 때와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모두 알기에.

그런데 어떻게 한 사람을 보수와 진보, 좌와 우로 딱 잘라 구분할 수 있는가. 하물며 보수나 진보의 진짜 정신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자기 당의 당헌·당규를 잘 아는 정치인도 드물다. 자기편만 옳고 반대편은 악마나 괴물로 몰아세우는 정치인들, 그들의 언행을 비판의 여과지로 걸러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 사회의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라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애국가처럼 자주 부르고 자란 나는 다름을 인정하고 같이 어우러져 사는 세상이 찾아오길 바란다.

사물에는 왼쪽과 오른쪽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위와 아래도 있다. 체육대회에서도 청군 백군 나뉘어 열심히 싸우다가 대회가 끝나면 서로 끌어안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와 조금 다르다고 상대방을 쓰레기라고 경멸할 게 아니라 누구나 청소부의 마음가짐으로 나쁜 것들을 쓸어버렸으면 좋겠다. 누군가 불편해할 이런 이야기를 또 하는 것을 보니 아, 나도 진짜 꼰대가 돼가나보다.

유인경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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