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요즘 아이들이 잃어버린 것

입력 : 2020-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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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의 공포가 이렇게 오래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아무리 일상을 회복하려고 해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세가 무섭다. 아이들이 특히 안됐다. 학교에 가지 못한 채, 그래도 공부는 해야 하는 불안감을 말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모두가 고통스러운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누군가는 잠깐 쉬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쉬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불완전한 학교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조우리 작가의 단편소설 <꿈에서 만나>는 새로운 감염병을 마주한 청소년들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 속 2019년 12월에 새로운 감염병이 보고된다. 기면증이다. 원인과 전파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병은 처음엔 최초로 발병한 지명을 따 ‘대치 기면증’으로 불리다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NARC-19’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첫 환자 K양의 발병 이후, 그의 거주지인 서울 대치동을 중심으로 무섭게 번지기 시작해 주로 강남 학생들에게 전염되고, 결국엔 서울 전 지역으로 퍼져나간다.

새로운 병의 특수성 때문에 서울시는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망설인다. 일단 사망자가 없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두 저절로 치유된다. 갑자기 수면 상태에 빠지는 것 외에 특별한 증상도 없다. 10대 청소년에게만 발병한다는 것도 특이사항이다. 초기에는 5∼10분 발작처럼 수면 상태가 이어지다가 수면 시간이 점점 길어져 4∼5시간씩, 하루 2∼3회 반복되기도 한다.

그런데 개학과 함께 발병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교육부는 휴교령을 고민하지만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다. 학교는 발병자들이 학교에서 자는 시간이 길어지고, 감염 우려도 커지면서 질병에 따른 결석을 허락하기로 한다.

주인공 ‘니나’는 수도권의 학군 좋은 동네 중학교에서 전교 1등이다. 서울은 난리가 났지만 이곳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감염병이 창궐한 가운데에서도 니나는 바쁘다.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는 니나는 이 틈에 공부에 박차를 가한다. 학생회 임원이기도 한 니나는 질병예방 포스터 제작도 맡는다.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기 위한 목적이다. 엄마는 학원에 절대 빠지지 말라고 잔소리한다. 그러다 니나는 학생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학생회장은 니나에게 “너에게 중요한 일은 뭐냐”고 묻는다. 그 무관심한 태도에 니나는 관심이 생긴다. 그러던 중에 감염 경로가 규명된다. 발병자가 꿈에서 만난 사람이 현실에서 감염된다. 누군가의 꿈에 등장할 가능성이 큰 인기 있는 학생들의 발병 확률이 높다는 가설이 나오고, 감염되지 않는 학생은 친구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번져간다.

어느 날 니나는 학생회장의 감염 소식을 듣고 속상해한다. 학생회장이 감염됐는데도 자신이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의 꿈에 자신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공부를 위해 감염되기 싫지만 사랑을 위해서는 감염되고 싶은 니나의 복잡한 감정이 소설 속에 드러난다.

작가는 학생들의 수면 부족과 관계 부족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아이들은 공부에 치여 결핍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잠이 부족하고, 정서가 부족하고, 봉사와 배려가 부족하고, 꿈과 우정마저도 결핍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정국은 아이들의 이러한 결핍을 보완할 기회가 아닐까?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부족한 것들이 이 기회에 조금이나마 채워지기를 꿈꾼다.

김재원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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