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외로우신가요?

입력 : 2020-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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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강의가 취소돼 경제적 타격을 심하게 봤다. 약속도 줄줄이 취소됐다. 건강과 질병에 민감한 친구들은 ‘당분간 식당이나 카페에서 침 튀기며 만나는 것은 삼가자’며 다음을 기약했다. 즐겨 가던 카페에 앉아서 커피 한잔 마시는 여유조차 즐길 수 없게 되자 온 세상이 나를 거절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씩씩하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를 버틴다. 집에서 책을 읽고 인터넷으로 영화도 본다. 모처럼 집 안 정리를 하고 강아지들과 산책도 간다.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버틸 만하다. 대화는 안 통해도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남편이 있고, 매일 전화나 문자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딸이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로 안부를 묻고 건강과 안녕을 기도해주는 착한 친구들도 있다. 덕분에 외로움이나 고독의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사람은 밥으로만 사는 게 아니라 서로 나누는 관심과 온기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얼마 전 신문에 한 영국 할아버지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영국 햄프셔 지방에 사는 은퇴한 물리학자 토니 윌리엄스씨가 기사의 주인공이다. 나이는 일흔다섯. 5월 35년간 함께 지낸 아내를 암으로 잃은 그는 고문 같은 적막을 견디다 못해 지역신문에 대화 상대를 찾는 광고를 냈다. 또 연락처가 담긴 명함을 만들어 거리에서 나눠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절박한 심정이 사람들에게 닿은 것일까. 그는 집 창문에 ‘저는 사랑스러운 아내이자 소울메이트를 잃었습니다. 친구나 다른 가족이 없어서 대화할 사람이 없습니다. 하루 24시간 지속하는 적막이 견딜 수 없는 고문과도 같습니다.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나요?’라는 글을 써 붙였다.

이런 사연이 지역신문에 기사로 보도되자 영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그를 도와주고 싶다는 문의가 오고 있단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이 세상 그 누구도 외로움을 느껴선 안된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며 화상 전화와 방문 의사를 밝혔다. 어떤 물리학자들은 정기적 만남도 제안했다.

현대인들에게 고독과 외로움은 암보다 더 무서운 병이다. 이 현대적 질병에서 안전한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부자나 톱스타들도 ‘아무도 날 이해하지 못한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특히 코로나19가 사회적 단절을 강요하면서 이 병은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문제는 이 병의 징조와 증상을 남들은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평소에 마음을 열고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윌리엄스씨처럼 자신의 고독과 외로움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뿐 아니라 타인의 외로움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여기에는 대단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수시로 안부 전화나 다정한 문자, 작은 선물을 나누자. 사소한 일에도 고맙다는 말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전하자. 이것이 노후를 위한 보험이자 외로움과 고독을 이겨내는 백신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주변에 부지런히 전화를 걸고 귀여운 이모티콘이 담긴 문자를 보낸다. 고독이란 감옥에 갇히기 싫어서.

유인경(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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