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기쁨을 채집하자

입력 : 2020-03-27 00:00

나이가 들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성공을 못했다거나 돈을 많이 못 번 것이 아니다. 권력이 얼마나 무상한지, 돈은 삶을 잠깐 편안하게는 해줘도 결국 구속한다는 것을 아는 나이다. 가장 후회스러운 일은 살아오면서 스트레스에는 민감했으면서 정작 내 주변에 가득한 기쁨들은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땅히 느끼고 흠뻑 누렸어야 할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떠올리며 <기쁨채집>이란 책을 아주 기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써 올해 초에 펴냈다. 우리 일상에 꽃처럼 피어 있고 공기처럼 가득한 기쁨을 발견하는 일을 기록한 책이다.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볼 때, 옷을 정리하다 꺼낸 재킷 주머니에서 생각지도 않게 돈을 찾았을 때,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무심코 고른 음식이 아주 맛있었을 때, 친구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는데 친구가 아주 반갑고 고마워할 때 등….

책이 서점에 깔리고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재앙에 가까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 코로나19는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에 퍼지며 공포·두려움·걱정·불안을 흩뿌리고 있다. 경제활동은 위축되고 바깥출입마저 힘든 지경이 됐다. 다들 슬픔이 가득한 상황에 기쁨 운운한다는 것이 송구스럽기도 했고, 책이 안 팔릴 것 같아 은근히 속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책이 잘 팔리고 있단다. 얼마 전엔 한 독자가 출판사를 통해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보내왔다.

‘가까운 친구와 약속도 취소하고 집에서 뉴스만 보며 불안하고 답답해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이 책을 선물로 줬어요. 저 역시 제가 가진 것보다 못 가진 것을 떠올리며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했고 정작 누려야 할 기쁨이나 감사함에는 인색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매일 하나씩이라도 작은 기쁨을 찾고 그것을 누리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오랜만에 편지지에 펜으로 쓴 글을 읽으며 기쁨을 느꼈다. 이런 편지 한장, 커피 향의 그윽함, 미세먼지 없이 말간 하늘 등에서도 얼마든지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장병도 쉬는 시간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고, 암 병동의 환자도 서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웃기도 한다. 슬픔은 비통의 시간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기쁨을 느끼는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

간만에 집에 머물며 겨울옷을 정리하고 책도 읽으며 보내는 나만의 시간에서, 외국에 사는 친구가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기에 빨아 쓸 수 있는 면마스크를 보냈더니 너무 고맙다고 말하는 목소리에서, 자주 손을 씻는 등 이제야 습관이 된 청결함에서 나는 기쁨을 발견하고 하나씩 채집해간다.

기쁨은 우리가 그것을 기쁨이라고 인정하고 흠뻑 누릴 때 나를 위로해주고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언제 어디서나 마땅히 누려야 할 작은 기쁨에 인색할 필요가 있을까.

유인경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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