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동네 독립서점을 찾는 즐거움

입력 : 2020-01-29 00:00 수정 : 2020-01-29 23:57

한적한 주택가에 여느 집과는 다른 분위기와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십중팔구 카페라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카페의 분위기에 책이 더해져 있다. 바로 커피를 마시며 책도 읽는 새로운 형태의 ‘북카페’다. ‘독립서점’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런 곳이 대도시부터 면단위 소도시까지 늘어나고 있다. 젊은이들이 주고객층이긴 하지만 중장년층도 꽤 이용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에 오히려 독립서점은 늘어나고 있다.

독립서점의 특징은 주인장의 취향과 안목으로 골라낸 특색 있는 책으로 채워진다는 점이다. 좁은 면적에 많은 책을 비치해놓을 수 없으니 당연한 선택일지 모른다. 대형서점의 엄청난 규모와 구색에 익숙했던 이들이라면 적은 책이 놓인 매대가 시시하게 보일지 모른다. 쓸데없는 것을 걷어내고 필요한 것만 선별하면 언제나 그 양은 적어지는 법이다.

늘어나는 독립서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각각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달라진 시대에 대처하는 적극적 몸짓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독립서점의 등장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동네 대형마트를 떠올려보면 금세 수긍이 간다. 처음에 대형마트는 물건이 싸고 편리해서 장점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점차 편리함에서 비롯된 문제점이 불거진다. 넓은 곳을 다니며 물건을 사는 일이 얼마나 피곤한가. 또 원하지 않는 물건까지 사게 되는 과소비의 폐해도 만만치 않다. 대형마트는 순기능도 있지만 지역주민의 삶에 살갑게 다가서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마트 안 넓은 공간에 담겨 있는 수많은 물건이 누구에게나 다 필요한 건 아니다. 무엇이 좋은 상품이며 저마다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기도 어렵다. 원하는 비누 하나를 사기 위해서 들인 선택의 어려움을 떠올려보면 쉽게 공감된다.

서점 역시 똑같다. 책을 선별해 진열하는 것은 마트의 그 많은 상품 가운데 진정으로 필요하고 좋은 것만을 골랐다는 뜻이다.

곱씹어보면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소비자들은 시간을 적게 들이고도 더 좋은 선택의 기회를 갖게 된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에 둘러싸여서 사실은 아무것도 갖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인 시대에 산다. 누구나 선별의 힘이 절실함을 느껴봤다. 독립서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고객에게 필요한 책만을 모아놓은 주인장의 수고로움, 고객은 이 수고로움을 즐거이 산다.

자주 드나드는 독립서점의 숫자가 꽤 된다. ‘책책’ ‘책방산책’ ‘책 발전소’ ‘더 폴락’ 등. 이들 독립서점은 하나같이 개성적인 분위기로 멋지다. 여기선 책만 사들고 나오지 않는다.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와 따스한 불빛이 있어 오래 머무르고 싶어진다. 이렇듯 매력적인 공간은 마음을 움직인다. 달라진 공간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책을 끌어들인다고 해야 할까.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공동의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끼린 언제나 즐겁고 활기차다.

지금까지는 책만 생각했다. 책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독립서점은 바로 그 분위기를 공간에 녹여냈다.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윤광준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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