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말의 힘은 무섭다

입력 : 2019-12-20 00:00

아주 오래전에 만난 출판사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20년 전쯤에 제게 ‘난 우리 신문사에서 정년까지 버틸 거예요’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을 지키셨더군요.”

난 그런 말을 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15년에 <경향신문> 70년 역사상 여기자로는 최초로 정년퇴직했지만 정년퇴직이 목표도 아니었고 솔직히 수시로 사표를 쓰고 싶었다. 그런데 속내를 털어놓을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닌 사람에게 그런 말을 했다니….

출판사 대표의 다음 말도 충격적이었다.

“또 10권 정도는 책을 계속 쓰고 싶다는 말도 했어요.”

세상에, 내가 그런 말도 했다고? 놀랍게도 올해말에 나의 10번째 책 <기쁨채집>이 나온다. 소설가나 시인과 같은 작가도 아니고 특별한 전문 영역도 없는 내가 어떻게 20년 동안 10권의 책을 쓸 거라는 대책 없고 뻔뻔한 ‘공약’을 했을까. 또 어떻게 그 공약은 막연한 희망사항에 머물지 않고 현실이 됐을까.

나는 다시 한번 ‘말’의 힘을 실감했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내가 한 말, 심지어 혼잣말로 내뱉은 말까지도 결국 내 인생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은 나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한다. 그 말이 입을 통해 나와 내 귀에 들리면 내 몸은 그것에 반응하고 이런 과정은 다시 내 정신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무심코 한 말이 은연중에 목표가 되고 그 목표를 향해 정신과 몸이 ‘합동훈련’을 하게 된다.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은 이 과정을 가장 간결하게 표현한 문장이 아닐까.

수많은 사람을 만나본 결과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직업이나 성격과 무관하게 매우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건 어둠보다는 빛을 보려 한다. 자신을 믿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반면에 늘 툴툴대고 징징거리고 불평과 불만의 말만 늘어놓던 이들에게는 이상하게 불평할 만한 일들이 이어진다.

내가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선물은 덕담, 즉 나를 위한 축복의 말이다. 암담한 상황에서도 ‘지금은 힘들지만 이 터널을 지나면 햇살 가득한 광장이 나올 거야’라고 다독거리고, 성과를 거뒀을 때는 ‘참 잘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자신을 칭찬해주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제 상자 속에 가득 담아둔 선물처럼 내게 줄 축복의 말을 소중히 준비해뒀다가 수시로 꺼내야겠다. 난 건강하다. 난 이 일을 해낼 수 있다. 난 모든 일이 잘 풀린다. 기운도 점점 상승한다. 주변 사람들과도 잘 지낸다. 남을 위해 착한 일을 할 것 같다.

이런 말을 내게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요정이 마법 지팡이로 ‘기쁨의 가루’를 잔뜩 뿌려주는 것만 같다. 이것이 바로 말의 힘이다.

유인경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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