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험담보다는 덕담

입력 : 2019-09-20 00:00


가끔 만나 밥 먹고 수다를 떠는 모임이 있다. 아무 이해관계도, 목적도 없이 만나 정치 이야기부터 건강보조제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눈다. 이 모임은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유명 인사가 화제에 오르면 생선회를 뜨듯, 옥수수 알을 털듯 각자가 보고 들은 정보에 저마다의 평가까지 더해 거의 국정감사장 분위기를 연출하곤 한다.

며칠 전에도 그 모임에 참석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은 다음 유쾌하면서도 약간은 살벌한(?) 대화가 이어졌다. “그 사람 아주 엉터리예요. 어떻게 그리도 과대평가됐는지 몰라. 이제야 적나라한 민낯이 드러난 거죠.” “맞아. 능력보다는 줄을 잘 타서 성공한 케이스지. 내 친구가 직접 만나 대화를 해보니 콘텐츠가 참 없더래요.”

예전에 나는 이런 대화를 아주 즐기거나 심지어 주도하기까지 했었다. 내가 아는 정보는 매우 적은데도 굉장한 내용을 아는 것처럼 떠들었다. 그런데 지난 모임에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특정한 사람을 유난히 비판적으로 대하는 사람에게 이상하게 거부감이 느껴졌다. 심지어 자주 만나기조차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저 사람은 타인에게 저토록 확신을 하고 나쁜 평가를 내릴까. 그 사람 때문에 피해를 본 것도 아닌데…. 혹시 내가 이 자리에 없었으면 내 흉을 보거나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뒷담화를 하지는 않았을까?’

내가 느낀 불편함과 거부감은 그 사람이 아니라 내 과거의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 투덜거리거나 징징거리는 사람, 불평과 불만만 늘어놓거나 남의 험담을 많이 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쁜 기운이 내게로 전해져 피곤해진다. “아, 비가 오네. 일기예보에서 오늘 오후부터 비가 올 거라고 하더니”라고 하면 “그러게, 저녁에 내리는 비가 운치 있다”라고 답해주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과는 같이 따뜻한 차라도 마시고 싶다. 반면 “맨날 틀리던 일기예보가 오늘은 맞네. 어제 세차했는데 짜증 나”라고 누군가 말하면 운치 있던 비도 갑자기 반갑지 않게 느껴진다.

전에는 무조건 비판이나 지적을 하는 것이 이지적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여전히 불의에 대해 비판과 비평을 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사항이나 사람에 대해 비평가나 판사의 역할을 할 자격이 내게 있을까’란 자기점검도 하게 된다. 무엇보다 나의 시간을 남을 헐뜯거나 비방하는 데 소모하는 대신 다른 사람들의 장점과 본받을 점을 이야기하며 아름다운 순간들로 채우고 싶다.

남을 흉볼 때는 입꼬리가 내려가지만 남을 칭찬하거나 좋은 말을 할 때는 입꼬리가 올라간다. 표정이 달라진다. 고급 화장품이나 성형수술이 아니라 타인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고 덕담을 하면서 좋은 인상을 만들 때다. 이런 습관을 들이면 더 훌륭하고 멋진 사람은 될 수 없어도, 적어도 더 나쁘고 심술궂은 사람으로 늙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유인경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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