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네 이웃의 식탁

입력 : 2018-09-14 00:00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남들과 공유하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 집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고, 사무실에도 내 책상은 따로 있다. 차 또한 공유하지 않는다. 대중교통이나 공적 공간 외에는 딱히 공유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됐다. 굳이 공유공간을 찾자면 점심 식탁이다. 누군가와 함께 식사할 때 우리는 식탁을 공유하며, 식탁에서 벌어지는 대화도 공유한다. 친밀도에 따라 날씨, 음식 기호, 그날의 사건·사고 등을 소재로 대화한다. 물론 가까운 사이에는 느낌과 마음을 공유한다.

치솟는 부동산가격과 맞물려 주택공유 개념이 등장했다. 셰어하우스나 커뮤니티하우스 등이 번져나가고 있다. 심지어 뜻 맞는 사람들끼리 부지 구입부터 건축까지 함께하는 경우도 있다. 구병모 작가의 소설 <네 이웃의 식탁>은 바로 이런 ‘꿈미래실험공동주택’에 입주한 네 가족의 이야기다. 서울 외곽에 저렴한 비용으로 입주할 수 있는 이곳은 5년 내에 아이를 셋 이상 갖는 조건에도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했고, 현재 열두가구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입주해 있는 네가구는 특별히 모나지도 않고, 유난하지도 않은 평범한 가족들이다. 아이 한둘에, 부부 중 한쪽이 일을 하고, 더러는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함께 모여 살다보니 당연히 협의한 약속이 생기고, 보이지 않는 리더가 나타난다. 누군가의 제안으로 공동육아가 시작되고, 경제적 효율을 위해 직장이 가까운 남녀가 카풀을 한다. 올망졸망 모여 있는 여섯 아이들에게는 성향에 따라 보이지 않는 역할이 주어지고, 그것은 부모의 불만이 된다. 부부싸움이 주변의 불편한 화제가 되고, 서로 다른 성향이 충돌의 이유가 된다. 단지 마당에 있는 열여섯명이 둘러앉을 법한 큰 식탁은 그들의 공유공간인 동시에 갈등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우리는 공유공간에서 나의 것을 얼마만큼 주장하고, 타인의 기호를 얼마만큼 존중해야 할까? 사람을 바꿔가며 주어지는 점심 식탁의 공유는 이것을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나는 일년 전부터 속이 더부룩하다는 이유로 빵과 국수를 멀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저마다 다르다. ‘부럽다’ ‘독하다’ ‘무슨 재미로 음식을 먹느냐?’ ‘지나친 건강관리’라는 평가까지 그들의 생각은 다양하기도 하다. 간혹 술자리도 아닌데, 억지로 먹을 것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어려움이 있다보니 웬만해서는 그런 입장을 굳이 밝히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방식을 은근히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병모 작가의 소설에서도 그들은 그들의 식탁을 지키지 못하고, 그들이 바라던 꿈과 미래를 포기하게 된다.

식탁은 누구에게든 인생의 즐거움, 혹은 생명유지의 필수 행위를 추구하는 고유 영역이다. 늘 이웃의 식탁에 앉게 되고, 나의 식탁에 이웃을 초대하게 되는 우리는 늘 선택해야 하는 고민을 마주한다. 이웃의 마음을 지켜야 할까? 아니면 식탁의 가치를 지켜야 할까?

김재원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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