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을 기억하라

입력 : 2020-04-29 00:00 수정 : 2020-05-01 23:4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일상으로의 복귀가 이뤄지는 중이다. 신규 확진자는 10명 안팎선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예년보다 좀 쌀쌀하다고는 해도 봄기운이 완연해지니 나들이객들이 북적거린다. 종교행사가 열리기 시작했고, 프로야구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으니 조만간 지난 2월말부터 유지돼온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는 막을 내리는 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온라인 개학 상태인 학생들만 순차적으로 등교를 시작하면 시민들은 생활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갔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이 코로나19 이전의 정상 상태로 복귀한다는 건 과연 어떤 것일까?

사실 ‘무엇이 정상적인 삶이냐’는 생각할수록 어려운 문제다. 과연 과거의 삶이 돌아갈 만한 정상적 삶이었느냐의 문제부터 시작해서, 누구나 복귀하고 싶은 정상적인 삶을 누리고 살아왔는가의 문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비슷한 말을 하지만 그 말에 담긴 뜻은 매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많은 산업활동이 멈추면서 깨끗해진 공기를 찬양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느새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개발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간호인력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은 기억이 생생하지만, 의료진에게 감사를 보내는 캠페인이 무색하게 의료부문에서도 비정규직 인력의 해고는 이미 진행 중이다. 비록 한국은 완전한 봉쇄 없이 어느 정도 방역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사망자만 2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한국 경제 홀로 잘나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마비되면서 의도치 않게 탄소배출량 감소가 이뤄지기는 했으나, 이는 여태껏 진행돼온 기후변화 추세를 변화시키기엔 역부족이라고 한다.

그러니 코로나19를 가져온 과거의 잘못된 삶으로 돌아가지 않으면서도 과거에 누렸던 일상의 안정을 찾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과제일지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사회의 관심이 코로나19로 쏠린 상황에서 손쓸 여력이 없었던 여러 문제들도 이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무엇보다 어려운 과제는 한국에서 코로나19의 폭발을 가져왔던 오래된 숙제들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포함한 우리 방역진이 코로나19와 관련해 해외 학술지에 낸 첫 연구 성과가 콜센터 집단감염문제에 대한 연구라는 사실은 소중하다.

진단 시약과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진료소 운영 등 전세계의 관심을 받은 K-방역의 성과를 기억하고 자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사회에 상존하고 있는 열악한 노동 현실이나 집단 격리시설의 문제 등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프면 쉬고 일하지 말라는 단순한 권고를 따를 수 없는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서 돌아가는 안정되고 편안한 정상의 삶은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백영경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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