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한국은 선진사회인가

입력 : 2020-04-22 00:00 수정 : 2020-05-15 21:04


과거 개발연대에 정부는 국민에게 선진사회 진입을 약속했다. 1972년 정부는 1981년까지 ‘1인당 국민총소득 1000달러,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집집이 자가(自家)와 자동차를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1977년 우리나라는 그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그 후에도 지속해서 선진화정책을 추진했고, 1996년 10월 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1년 후인 1997년,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라는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외국 언론은 ‘한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조롱했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530억달러를 빌리는 대가로 경제주권의 일부를 빼앗겼다. 경제와 사회구조를 바꿔야 했고,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헌신했다. 2001년 8월, 우리나라는 IMF에서 빌린 돈을 모두 갚고 경제주권을 온전히 회복했다. 이때의 경험은 우리나라의 위기 대처 능력을 강화했다. 우리나라는 2007~2008년 ‘세계금융위기’도 상대적으로 쉽게 극복했다.

한국 경제는 두차례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2016년 7월 파리클럽(Paris Club)에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파리클럽은 주로 OECD 회원국인 22개 선진 채권국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2018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달러를 넘었다. 같은 해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은 4만2135달러로 일본의 4만1501달러보다 높았다. 이는 나라마다 다른 물가와 환율 수준을 반영해 실제 국민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지표로써, ‘명목 1인당 국내총생산’은 일본이 한국보다 여전히 앞서지만 물가와 환율 수준 등을 고려하면 한국인의 살림살이가 일본인보다 더 낫다는 뜻이다.

정부는 2019년 10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자기선언’을 했다. 선진국(제조업)과 개발도상국(농업) 사이에서 ‘양다리 처신’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이 취할 수 있는 높은 수입 관세나 수입물량 제한 같은 정책을 시행할 수 없게 됐다.

한국전쟁 직후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선진국으로 변모했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와 문화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혹평을 받았던 한국 정치도 평화적 정권 교체와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민주주의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봉준호 등으로 대표되는 한류는 전세계 대중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인 중에는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가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체감하는 삶이 고달프고, 여러 사회문제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2020년 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선진사회 역시 이상향(理想鄕)과는 거리가 멀고, 많은 사회문제를 안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한국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파편사회를 통합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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