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2020년 미국의 마스크 착용 문화

입력 : 2020-04-01 00: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널리 퍼지고 있다. 같은 질병이므로 그 대처방식도 같아야 마땅하나, 유독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는 한국·중국과 미국이 크게 달랐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시민의 코로나19 예방행동수칙을 발표했다. CDC는 “(마스크를 쓸 수 없는) 환자를 돌봐야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건강한 일반인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며 “마스크 공급이 부족하므로 마스크는 환자를 돌보는 사람을 위해 아껴야 한다”고 권고한다. 아프지 않은 일반인은 환자와 의료인·간병인 등에게 마스크를 양보하고, 손 씻기를 철저히 하라고 강조한다.

이 권고는 미국 사회의 마스크 착용 문화와 마스크 수요·공급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로 아픈 사람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규범이 있다. 아픈 사람이 직장이나 학교 또는 공공장소에 가는 것은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환자와 그를 돌보는 사람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머지 아프지 않은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므로 합리적인 대처방식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마스크 착용 문화는 미국인이 감기와 기존 독감에 대처하는 데 매우 효율적이었다. 아픈 사람은 거의 집 밖에 나오지 않아 ‘무증상 감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전염 확률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도 있어, 기존 대처방식은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선 2월까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아프지 않은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아시아계 주민이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경우만 드물게 눈에 띌 정도였다.

3월 들어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증가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코로나19는 감염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해 환자 자신이 감염인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무증상 감염인이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미국인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마스크와 손 소독제 및 일회용 라텍스 장갑을 비축하려 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등 위생용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수가 가장 많은 곳인 뉴욕에서는 3월부터 건강한 사람도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자신이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을 줄이고, 또 누군가로부터 바이러스를 옮겨 받을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거리에 나온 사람 중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점점 늘었다. 그러면서 마스크 쓴 사람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며 경계하던 문화가 사라졌다.

<뉴욕타임스>는 CDC와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전 시민이 마스크를 끼는 아시아 나라들의 대응방식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이 신문은 3월27일 “더 많은 미국인이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할 것이다”라는 기사를 실으며 태도를 바꾸었다. 바이러스 확산 과정에 관한 과학적 분석이 그 근거였다. 코로나19가 한국·중국·미국의 마스크 착용 문화 차이를 없앴다. 인류의 공동 대처가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새삼 느낀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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