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자뻑하다 자빠진다

입력 : 2020-03-25 00:00 수정 : 2020-03-25 23:54

최근 최고 인기를 끌었던 방송프로그램은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이다. 나도 매회 감동을 느끼며 봤다. 출연자들의 노래 실력도 뛰어나지만 인간미가 넘치는 사연 때문에 감동이 밀려온다.

다섯살에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힘들게 살며 무명가수로 설움이 많았던 임영웅의 우승소감을 들을 때는 눈물이 절로 났다. 마지막 경연일이 마침 아버지 기일이었던 그는 아버지가 가족에게 고생만 시킨 것이 미안해 선물을 주신 것 같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출연자 한사람 한사람의 드라마 같은 삶도 감동을 줬지만 경쟁자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가장 나이가 어린 정동원에게 지명당하고 당황하던 최연장자 장민호는 경합 끝에 패배하고도 허허 웃으며 정동원을 감싸고 격려해 또 다른 감동을 줬다.

이 덕에 <미스터트롯>은 종편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들어하는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줬다. 가요 경연프로그램을 뛰어넘는 휴먼 다큐멘터리였던 셈이다. 온갖 위선·협잡·거짓·배신이 난무하는 정치권이나 갑질과 무고·사기사건 등으로 어지러운 세상에 진저리가 난 사람들이 가슴을 적시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정치뉴스들이 터져나온다. 볼수록 짜증 나고 화가 치민다.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조롱을 밥 먹듯 하고 온갖 궤변과 변명을 뻔뻔하게 늘어놓고 있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가장 짜증 나는 일은 ‘자뻑’이다. 스스로 잘했다고 잘났다고 자랑하는 것이 자뻑이다. 별다른 성과를 낸 것도 없으면서 스스로 잘했다고 떠들어대는 소리가 매일 쏟아진다. 심지어 남이 이룩해놓은 것을 자기 성과로 바꿔치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들은 하루하루 초긴장하며 살아야 하고 경제는 최악의 위기로 몰려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뻔뻔스러운 자뻑이 아니다. ‘힘드시죠’ ‘죄송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런 소리를 하든가 아니면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게 국민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일이다.

무슨 일이든 과하면 사달이 난다. 화장도 잘하면 얼굴 분위기가 살아나지만 과하면 역효과가 난다. 짙은 화장보다 더 세게 하는 게 분장이다. 방송이나 연극을 할 때는 분장을 한다. 분장은 너무 짙어서 방송이 끝나면 곧바로 지워야 한다. 분장한 상태로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묘한 눈으로 쳐다본다. 화장이 분장 수준으로 너무 진해서 자연스러움을 잃을 정도면 차라리 생얼이 낫다.

분장보다 더 진하게 화장하는 것을 사람들은 환장이라고 한다. 지금 세상에 난무하는 홍보는 거의 환장 수준이다. 순수함을 잃었으니 감동이 생길 리 없다. 깜짝쇼에 스스로 도취한 사람들이 끼리끼리 박수치며 웃을 일이 아니다. 자뻑이 지나치면 결국 자빠지게 된다. 이제는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공감대를 이루는 홍보 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다. 이래야 동행이 가능해진다.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람 있나요” 가수 최성수의 동행이 귓가를 맴돈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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