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사회적 면역은 돌봄과 연대에서

입력 : 2020-03-18 00: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제때 농산물 출하를 못한 농가나 손님이 끊겨 어려운 자영업자들처럼 코로나19로 곤란한 사람들도 있고, 반면 일이 몰려서 힘든 사람들도 있다. 의료진을 포함해 감염병을 막기 위해 일선에서 애쓰는 분들은 물론이고 택배 배송기사와 콜센터같이 비대면 사회에서 더 바빠진 직종이 그렇다. 일의 특성 때문에, 고용 불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도 붐비는 대중교통을 타고 생업의 현장으로 나간다. 전염병의 공포 앞에서도 먹고사는 일의 무게는 크기만 하다.

방역당국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 시민의 당연한 의무임을 인정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지침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쉽게 비난하기보다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혹여나 여건이 안돼 따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어서다. 방역당국이 권하지 않거나 금지하는 일을 하는 경우에도 사연은 있기 마련이다. 여러 사람들이 지적했지만 마스크를 사려고 다닥다닥 붙어서 줄을 서는 행위 자체도 방역의 관점에서만 보면 권할 일이 결코 아니다. 확진을 받고도 다른 환자를 돌봤다는 사례도 마찬가지다. 감염의 우려가 있다고 해도 돌봐야 할 사람이 있으면 돌보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 아닌가.

방역이 어려운 것은 방역의 논리만으로는 사회생활 전체를 통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때로는 방역을 위해서 한 일들이 사회적 면역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실제로 감염 확산의 우려가 있는 장애인시설이나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코호트 격리가 이뤄지면서 돌볼 사람이 없어 남겨진 사람들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노숙인들에게 제공되던 식사가 끊기거나, 지역의 어르신들이 모여서 함께 점심을 하던 마을회관이 폐쇄되는 바람에 곤란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사회의 소수자들에게는 촘촘한 동선공개가 바이러스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기에 치료를 받기보다 숨고 싶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방역 태세를 늦추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서라도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정을 이해하고, 사회 곳곳에 생겨나는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사실 초기 신천지 관련 집단발병으로 큰 타격을 받은 대구에서도 의료진의 희생과 함께 돋보였던 것은 격리 상태로 어려움에 빠진 장애인들을 찾아 돌보는 지역 활동가들의 헌신이었다. 전염에 대한 불안 대신 병상이 없어 곤란한 지역에 대한 연대를 선택한 지방자치단체도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다시 기후위기 해결을 비롯해서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하는 체제 변화까지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당장은 체제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 국가가 감당 못하는 사회의 구멍들을 찾아 메우기에 몸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 덕에 이나마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내 안전이 불안할수록 쉬운 비난과 선동에 나를 맡기기보다는 돌봄과 연대가 필요한 곳을 지원해서 사회적 면역을 강화하는 편이 나를 지키는 데 훨씬 이롭다.

백영경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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