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지독한 사랑은 눈물의 씨앗

입력 : 2020-02-12 00:00 수정 : 2020-02-12 23:34

“사랑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랑은 안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눈물을 흘리게 하는 거니까요.”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TV조선의 트로트 경연대회 <미스터트롯>에 출전한 열세살 소년 정동원군의 대답은 텔레비전을 보던 사람들의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그가 부른 노래는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라는 가사가 유명하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가요에서 힌트를 계속 찾아보자. 남궁옥분의 사랑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바보들의 이야기보다 더 나아가 ‘사랑에 눈이 멀어서’라는 표현도 가요에는 자주 등장한다. 사랑할 때는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말도 있고, 심지어 ‘죽어도 좋아’라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사랑밖에 난 몰라’도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감정이 폭발해 이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태평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무조건 달려갈 거야’ 이런 표현들을 보면 뜨거운 사랑일수록 이성과는 더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녀간의 이런 뜨거운 맹목적 사랑이 있기 때문에 인류가 대를 이어올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간이 이성을 잃고 중요한 결정을 하면 그 결과는 비극이나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한 죄’ 때문에 막심한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한창나이의 청춘남녀가 사랑을 할 때 감성적이 되고 눈에 콩깍지가 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사회인이 업무를 수행하거나 기업인이 투자 의사결정을 할 때는 감정을 배제하고 냉철하게 임해야 한다. 그래야 실수나 손해를 피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투표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유권자에겐 각자 지지하는 후보가 있고 좋아하는 정당도 있을 수 있다. 이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공직자를 뽑는 투표를 하면서 사랑에 눈이 멀듯 감정에 휩쓸린다면 그 결과는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는 4월에 총선이 있다. 대한민국 국정을 이끌어갈 국회의원을 뽑는 중요한 선거다. 무엇보다 냉철한 이성이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과연 냉철하게 투표를 하고 있는가. 사랑에 눈먼 사람들처럼 이성을 잃고 선거에 임하는 게 우리의 선거 풍토는 아닐까.

개인의 감정몰입을 넘어 ‘○사모’처럼 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 집단으로 열광하고 무조건, 무조건을 외치며 선거에 임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묻고 싶다.

청춘남녀의 뜨거운 사랑은 아름답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유권자는 불안하다. 이성을 잃고 감성에 빠져 공직자를 뽑으면 머지않아 ‘울면서 후회하네’를 부르게 된다.

올해 선거에서는 사랑 대신 이성이 살아나야 한다. 유권자들의 ‘무조건 사랑’이 두려운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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