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변호사 선임, 세컨드 오피니언 필요

입력 : 2019-12-18 00:00 수정 : 2019-12-18 10:00


“3개월 남았습니다.”

의사의 말에 모두 눈앞이 캄캄해졌다. 잠시 후 침묵을 깨뜨리고 어머니는 “다른 병원에 가서 한번 더 진찰을 받아보자. 틀림없이 사는 길이 있을 거야”라고 하셨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은 어떤 중대한 질병을 진단받았다 하더라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다른 병원에 가서 진단이나 치료법에 대한 의견을 새로 듣는 것을 말한다. 환자로서는 한사람의 의견만 듣고 판단하면 후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선임도 질병 치료에서 어떤 의사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와 비슷하다. 농민들은 법률문제가 발생하면 흔히 주변에 어느 변호사가 좋은지 물어본다. 누군가가 이런저런 인연으로 변호사를 추천하면 그 말만 듣고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변호사의 선임은 반드시 최소 2~3명을 직접 면담해보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변호사를 소개하는 과정에 소위 브로커가 개입해 부정한 대가가 오가는 사례가 드물지만 아직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더더욱 누군가의 말만 믿고 변호사를 선택해서는 안된다. 단순히 자문을 받는 경우에는 변호사를 1~2회 만나면 되지만, 재판을 하는 경우에는 최소 몇달, 최장 몇년 걸리는 일도 있다. 농민 자신이 확실한 신뢰 없이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면 소송과정에서 애를 먹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다음으로 변호사를 선정하는 기준은 두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전문성(혹은 유사한 사건을 다뤄본 경험)과 성실성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성 또는 경험의 유무는 공개된 변호사의 경력 등을 살펴보고, 변호사와 면담할 때 과거 담당했던 사건의 승소 판결문이나 준비서면·답변서 등 구체적인 자료를 확인해보면 법률가가 아니라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성실성은 지역사회 법조계에서는 대부분 이미 알려졌지만 면담과정에서 진실하고 겸손한 성품인지를 농민 자신이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

변호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선임료의 액수와 지급방법은 단계별로 나눠주거나, 성공보수를 지급하는 등 절충적인 방안을 제안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민사사건에서는 우선 실비의 선임료를 주고 나머지 금액은 추후 승소하면 지급하기로 하는 ‘성공보수’ 약정이 때로는 변호사의 승부 열정을 유발할 때도 있다고 한다. 과거 형사사건에서도 성공보수 약정을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2015년에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금도 간혹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을 하는 일이 있다고 하는데 불법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일단 선임료를 정했더라도 약정된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면 나중에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신의성실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만 지급하면 된다는 것이 판례다.

변호사의 선임은 ‘남이 장에 가니까 씨오쟁이(씨앗 담는 자루) 지고 따라간다’는 속담처럼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논에 한번 더 가면 쌀 한말 더 얻는다’는 속담처럼 해야 한다. 최소한 두사람 이상의 변호사를 만나보고 최종적인 결심을 하면 권리보호에 도움이 된다.

소병철 (법무연수원·순천대 석좌교수,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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