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댕댕이’를 아시나요?

입력 : 2019-06-26 00:00


18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기사 검색서비스인 ‘빅카인즈’에 ‘댕댕이’를 입력한 결과 기사 544건이 이 단어를 포함하고 있었다. 빅카인즈에 뉴스를 제공하는 54개 언론사 중 49개(91%)가 ‘댕댕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기사를 실었다. 그중 16개 언론사는 ‘댕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를 10건 이상 보도했다. <매일경제>(68건), <한겨레>(37건), <서울경제> <아시아경제>(각 30건), <서울신문>(27건), <국민일보>(26건) 등은 기사에서 ‘댕댕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검색서비스에서는 ‘댕댕이’를 입력해 각각 3605건과 3100건의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인터넷 언론은 ‘댕댕이’를 훨씬 더 즐겨 사용하고 있다.

‘댕댕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멍멍이’의 자음과 모음을 다른 것으로 바꿔 모양이 비슷해지게 만든 단어다. 이처럼 한글을 변형해 생김새는 흡사하지만 별개로 발음되는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놀이를 ‘야민정음’이라 한다. 야민정음이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야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야갤’과 ‘훈민정음’을 합친 신조어다. ‘야갤’의 누리꾼들은 한글 표기를 바꾼 말놀이를 통해 재미를 느끼면서, 그들의 대화가 검색에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명작’은 ‘띵작’으로, ‘명곡’은 ‘띵곡’으로 적었다.

글자를 이용한 말놀이는 최근 현상이 아니다. 고려시대 이후 다수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는 파자(破字)놀이도 같은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李)를 목자(木子)로, 조(趙)를 주초(走肖)로, 붕(朋)을 월월(月月)로, 출(出)을 산산(山山)으로 표기하는 파자놀이의 연장선에 있다.

야민정음은 오락기능뿐 아니라 실용적 기능도 있다. 한글로 작성된 문서를 스캔해 ‘광학 문자 인식(OCR)’ 소프트웨어를 이용, 문자로 인식했을 때 보이는 오류는 야민정음과 정확히 일치한다. 야민정음 사전을 만들어 OCR 소프트웨어와 결합하면 알파벳보다 한글의 인식률이 낮은 것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 야민정음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다. 방송 오락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기업에서도 야민정음 마케팅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고, 시청자와 소비자는 “재미있다”며 호응하고 있다.

그러나 야민정음은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게 확실하다. 한순간에 관심을 끌어 사람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지지만, 그것이 주는 재미는 오래가지 못한다. 야민정음의 참신성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이내 싫증을 낼 것이다. 이처럼 ‘짧은 기간 급속히 인기를 얻었다가 정점에 도달하고서 곧바로 인기를 잃는 현상’을 ‘하루 동안(For a day)’ 통용된다는 의미에서 ‘패드(Fad)’라 한다.

하지만 야민정음 단어가 모두 다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은 아니다. 언중(言衆)은 ‘댕댕이’를 통해 한글 사용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댕댕이’는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등록될지도 모른다. 때로는 일시적 유행으로 보였던 것 중 일부가 ‘혁신’으로 받아들여져 ‘새로운 문화’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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