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농민이 분쟁에서 승리하려면

입력 : 2019-05-15 00:00 수정 : 2019-06-11 11:27

 

봄기운이 완연해지니 농촌은 바쁘게 움직이고 도시는 향긋한 봄나물로 식생활이 풍요로워지기 시작했다.

농부가 정성으로 키워낸 농산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몇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고 거기에는 계약이라는 법률행위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이익이 우선시되는 상거래에서 농부의 권리를 상대방이 알아서 보장해줄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 땀방울에 합당한 대가를 받으려면 농부도 최소한의 법률지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거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당사자가 처음 약속한 대로 이행하지 않는 채무불이행이나 손해가 발생하면 분쟁이 일어난다. 해결이 안되면 소송과 재판까지 가게 된다. 농민은 상인보다 분쟁 경험이나 역량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농산물 거래에서 발생한 분쟁이 때로 소송과 재판까지 가야 결론이 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농부가 애써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했는데 상대방이 약정기일에 돈을 주지 않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분쟁에서 권리를 보호받는 절차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민사상 구제방법으로 ‘대금청구의 소’를 법원에 제기하는 것이다. 이 경우 농부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를 수집해 법원에 제출하고 상대방의 반박을 다시 반박하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농부로서는 쉬운 방법이 아니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둘째, 형사상 구제방법으로 상대방을 ‘사기죄’ 등으로 경찰·검찰에 고소하면 수사기관이 증거를 수집해서 죄의 유무를 판단해주고 처벌까지 하는 것이다. 수사기관 책임으로 조사를 해주니 피해를 본 사람 입장에서는 비교적 용이하고 민사에 비해 단기간에 끝난다. 고소사건은 기소율이 20퍼센트 정도라서 권리구제비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소비자원·법률구조공단·농협 등 다양한 기관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마련해둔 장치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하나의 분쟁은 민사와 형사 양쪽이 모두 문제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형사로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민사적 책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떤 절차를 이용할 것인가는 분쟁해결 속도, 비용, 번잡함, 감정적 문제 등을 고려해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이러한 구제방법만으로는 권리보호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해본 농민들은 알고 있다. 농민이 분쟁에서 권리를 지키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필자는 30년 동안 검찰에서 분쟁사례를 처리한 경험을 기반으로 법률지식이 많지 않은 농민도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실전 비법을 정리해봤다. ①충동 누르기 ②확인하기 ③증거 확보하기 ④정당성 보여주기 ⑤신속한 불만 해소 ⑥습관화 ⑦전문가 활용이 그것이다.

앞으로 하나씩 학습하면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농민의 권리는 먼저 스스로 지켜야 옆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권리가 있다고 가만히 있어도 보호받을 것이라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수 없다(The laws aid the vigilant, not the negligent).” 독일의 저명한 법철학자 예링의 말은 거래 때 명심해야 할 첫번째 진리다.

소병철 (법무연수원·순천대 석좌교수,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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