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돼지 얼굴 보고 잡는다

입력 : 2018-10-10 00:00 수정 : 2018-10-11 09:02

“돼지 얼굴 보고 잡나!”

지나치게 모양과 격식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실용성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돼지고기는 맛만 있으면 되지 얼굴모양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돼지 얼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일도 있다. 고사상에 올리는 돼지는 웃는 얼굴이면 가격을 더 받는다고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면서 ‘진짜’ 돼지 얼굴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안면인식기술로 돼지 얼굴을 판별해서 양돈산업이나 음식산업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안면인식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중국에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돼지 얼굴만 찍으면 그 돼지의 출생부터 출하까지의 모든 과정을 알 수 있다. 돼지의 발육과정·건강상태·유통경로는 물론 살코기와 비계의 비율 등까지 거의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보험을 들어놓은 돼지가 사육 중 질병으로 죽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데, 죽은 돼지가 보험 대상이 맞는지 확인할 때도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한다.

수만명이 운집한 공연장으로 숨어든 지명수배자를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해 순식간에 체포한 일도 있다. 몇초 만에 특정 인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중국의 안면인식기술 수준에 놀라울 뿐이다.

안면인식기술은 우리 생활 속으로도 파고들고 있다. 얼마 전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블록체인 및 인공지능기술로 제주 흑돼지를 관리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발표대로라면 앞으로 첨단기술을 이용해 식당에서 제주 흑돼지라고 판매하는 고기가 진짜 제주 흑돼지가 맞는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또한 인천국제공항은 앞으로 출입국 절차 중 신분을 확인할 때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문이나 홍채인식기술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잘 활용하면 실종 아동이나 어르신을 찾을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중국처럼 공공행사장에 테러리스트나 범죄자가 입장하는 것을 미리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삶에 유용한 기술이지만 부작용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이 과도하게 노출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안면인식기술을 통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손쉽게 누군가에게 노출된다면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되기 때문이다. 독재국가에서 사람들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또는 범죄자들의 범행도구로 악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얼굴 때문에 사생활 또는 신분이 노출되는 문제가 잦아지면 사람들이 안면 보안마스크를 쓰고 다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세상이 오면 이웃사촌은 물론 밖에서 가족을 만나도 그냥 스쳐 지나가게 되지 않을까.

우리가 원하든 아니든 안면인식기술과 같은 첨단기술들은 인간의 모든 영역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아무쪼록 좋은 일로 사용되기를 기대하지만 일단은 정신부터 바짝 차리고 볼 일이다.

​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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