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주유천하 (160)해인(海印)과 바이러스

입력 : 2020-04-06 00:00 수정 : 2020-04-07 09:05

전설 속 보물로 등장하는 ‘해인’ 차크라 공부하며 그 뜻 깨달아

잔잔한 바다에 만물 형상 비치듯 나와 세상이 하나 된 상태 의미

바이러스로 뒤집힌 세상 보며 미시·거시 세계 통합 느껴



서양의 영화 중에서도 고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좋아한다. 고대 영화 중에서도 보물을 찾아가는 이야기의 영화가 특히 흥미를 끈다. 예를 들면 성배(聖杯:성스러운 술잔), 명검(名劍) 아니면 성스러운 약속문서가 들어 있는 궤짝 같은 것들 말이다. 서양의 보물찾기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동양의 보물은 무엇일까?’이다. 우리는 저런 보물이 없었단 말인가? 우리 민족 토종의 보물은 무엇일까? 해인(海印)이 그런 보물 중의 하나였다.

우선 해인이라는 이름 자체가 난해한 의미를 품고 있다. ‘바다의 도장’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아무튼 이 해인이라는 도장을 가지고 있으면 불로장생·영생불멸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빠져나갈 방법이 생긴다고 보았다. 그래서 조선조 이래로 이 해인이라는 전설의 보물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는 조선조가 아니라 그 이전의 삼국시대나 고려시대를 거쳐 내려오는 신화였을 수도 있다.

조선 말기에 풍수 마니아였던 흥선대원군이 자신의 아버지였던 남연군의 묘를 충남 예산군 덕산면 산자락에 썼다. 기존에 있던 절을 없애고 거기에다 남연군 묘를 쓰고 난 뒤에 아들 고종이 나왔으니 효험이 있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 천하의 명당을 잡아준 지관이 ‘정만인’이라는 인물이었다. 실제로 군왕이 나오는 군왕지지(君王之地)를 잡아줄 정도의 실력과 안목이 있었던 정만인은 보통 인물이 아니었던 것 같다. 명산대천에서 수십년간 풍수도참(風水圖讖)과 여러가지 도가의 비술(秘術)에 대한 식견이 있었을 것이다. 대원군도 보통 인물이 아닌데, 그를 설득해서 믿음을 주고 군왕지지를 잡아줄 정도의 정만인은 한 초식 있었지 않았을까.

요즘 지관들을 보면 돈 있는 재벌 오너들을 압도해서 묘를 쓰게 할 정도의 카리스마가 없다. 재벌 오너 앞에서 쩔쩔매는 정도의 급수들이다. 돈 앞에서 엎어지는 지관 정도 가지고는 묘를 잡을 수 없다. 정만인이 남연군 묘를 잡아준 이래로 조선 민초들 사이에 풍문이 떠돌았다. ‘정만인이 그 해인을 가지고 있는데, 그가 이 해인을 가지고 심산유곡으로 숨었다’ 또는 ‘그 해인을 경남 합천 가야산의 해인사 장경각에 숨겨놓았다’ 등의 소문이었다.

풍수도참과 명당도(明堂圖)를 추적해온 필자도 ‘도대체 이 해인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고 오랫동안 의문을 품어왔다. 요가의 7개 차크라(七輪)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의문이 풀렸다. 인체의 2번째 차크라(에너지 터미널)가 스바디스타나 차크라인데, 이 차크라가 물(水)을 상징한다. 1번째 물라다라 차크라는 땅(地)을 상징한다. 물을 상징하는 2번째 차크라가 뚫리면 해인삼매(海印三昧)에 들어가게 된다. 잔잔한 바다에 만물의 형상이 그대로 비치는 상태이다. 즉 태평양과 내가 하나가 된 상태를 가리킨다.

합천 가야산에 있는 절 이름이 왜 해인사란 말인가. 2번째 차크라가 열려서 해인삼매라는 입정(入定)에 들어가면 거기가 해인사다. 그리고 그 해인삼매의 경지에 들어가 진리를 표현해놓은 것이 바로 의상대사의 ‘법성게(法性偈)’다. 합천 해인사 법당 앞마당에 벽돌로 만(卍)자 비슷한 형태로 디딤돌을 만들어놓았는데, 이 형태가 곧 법성게이다. 이 법성게가 해인이다. 해인은 도장이 아니고 이 법성게를 깨달은 상태이다. 의상대사 법성게의 한 대목이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다. ‘하나의 먼지 속에 온 세상이 다 담겨 있다’는 의미다.

도대체 이게 뭔 소리인가! 물론 개념적으로 머리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현실세계에서 ‘일미진중함시방’의 사례를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머리로만 아는 것보다는 현실에서 자기 경험으로 부딪쳐야만 진짜 알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보니까 이 이치가 이해된다. 코로나19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극히 미세한 바이러스에 지나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곧 하나의 티끌이다. 그런데 이 극히 미세한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뒤집어놓고 있다. 온 세상, 백몇십개국의 일상생활을 정지시키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세계가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서 ‘해인’에 담겨 있는 이치를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미시세계와 거시세계가 서로 맞물려 있다는 이치를 이번에 느낀다.
 




조용헌은…

▲강호동양학자·불교학자 ▲저서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의 휴휴명당>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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