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의 경제이야기 (68)공유지의 비극

입력 : 2020-01-15 00:00 수정 : 2020-01-18 00:02

미국 스타벅스 화장실 개방 후 더러워지고 마약범죄 온상돼

산업혁명 전 영국 목초지도 결국 황무지로 변해 문제 발생

공유지, 제약없이 사용하면 자원줄어 사회적 악영향 초래
 


미국 스타벅스는 2018년 하워드 슐츠 당시 회장의 결정으로 모든 사람에게 화장실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커피를 사든 안 사든 말이다.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 화장실이 더러워졌다. 화장실 문을 오랫동안 잠가두거나 화장실 안에서 마약을 사용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문제를 보도하면서 ‘공유지의 비극’이란 표현을 썼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코카콜라도 공유지의 비극 문제로 수난을 겪었다. 코카콜라는 2000년 인도 북부 라자스탄주에 공장을 짓고 콜라 생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지역단체들이 “코카콜라 공장이 지나치게 지하수를 많이 써서 물 부족을 일으킨다”며 시위를 시작했고, 반대운동은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결국 코카콜라는 공장 문을 닫기에 이르렀는데, 당시 반대론자들의 논거 중 하나가 공유지의 비극이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경제학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공유지의 비극이란 말은 무슨 뜻일까? 이 말은 1968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하딘이란 생태학자의 논문에서 비롯됐다. 하딘은 논문에서 공유목초지의 사례를 들었다. 산업혁명 이전 영국에서는 커다란 목초지를 가운데 두고 모여 살았다. 여기에선 마을주민 누구나 자신의 양에게 풀을 먹일 수 있었다. 풀이 풍부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마을인구가 늘고 양의 숫자도 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초원의 면적은 제한돼 있는데 양의 숫자가 계속 증가해 목초지는 결국 황무지로 변하고 말았다.

이런 비극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목초지가 공유자원이라는 데 있었다. 즉,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니 누구나 돈을 더 벌기 위해 양을 한마리라도 더 키우려 한다. 문제는 내가 양을 한마리 더 키우면 그만큼 목초지에 있는 풀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결국 목초지는 황무지가 되고 양은 굶어 죽으며, 마을주민들은 생계가 어려워지는 비극이 발생한다.

개인의 선택이 겉으로 보기에는 이익인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전체의 손실을 야기해 개인에게도 파멸적인 결과를 부른 것이다. 스타벅스가 개방한 화장실이나, 코카콜라 공장 근처의 지하수나, 영국의 공유목초지나 문제의 본질은 비슷하다. 공유자원이기에 사람들이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유자원이 가진 특성에서 비롯된다. 공유자원은 배제성이 없고 경합성이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경제이야기 67번째에서 배운 것 기억나는가?). 스타벅스 화장실은 돈을 내지 않는 사람도 쓸 수 있으니 배제성은 없지만, 누군가 그것을 남용하면 다른 사람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니 경합성이 있다. 인도 라자스탄주의 지하수는 지역주민은 물론 코카콜라 공장을 비롯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니 배제성이 없지만, 코카콜라가 지하수를 너무 많이 쓰면 지역주민이 농사에 쓸 물이 줄어드니 경합성이 있다.

같은 기준으로 물고기도 공유자원이다. 누구나 잡을 수 있기에 배제성이 없지만, 내가 한마리를 잡으면 그 한마리만큼 전세계의 물고기 숫자가 줄어드니 경합성이 있다. 배제성이 없기에 사람들은 물고기를 남획하기 쉬운데, 물고기의 숫자가 무한하지 않으므로 정도가 지나치면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산림자원도 공유지의 비극을 겪었다. 조선 후기에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더 많은 건축용 목재와 땔감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무주공산’이란 말 그대로 주인 없는 산에서 수많은 나무가 벌목되기 시작했고, 산림은 황폐해져갔다.

관광자원을 공유자원에 포함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리스의 어느 섬이 유명해져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리면 관광의 질이 떨어진다. 자연 풍광을 조용히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되고 쓰레기가 쌓이는 등 환경이 오염되기 때문이다. 공유지의 비극 문제는 우리가 앞서 배운 부정적 외부효과와도 연관이 깊다. 내가 스타벅스 화장실을 더럽게 쓰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그렇지만 이 때문에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으니 행동에 제약이 없다.

그렇다면 공유자원은 항상 공유지의 비극을 피할 수 없는가? 그렇지 않다. 이를 피할 방법이 몇가지 있다. 다음 호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이지훈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 경제학 박사 ▲현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저서 <혼창통> <단(單)> <현대카드 이야기>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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