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으로 보는 세상]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어라

입력 : 2019-08-19 00:00 수정 : 2019-08-19 23:15


말복까지 지나 여름은 곧 파장이다. 밤의 어둠 속에서 풀벌레 소리가 드높아지는데, 풀벌레 소리는 작은 은종들이 울리며 심장을 슬프게 두드리는 듯하다. 새벽 창가에 와서 지저귀는 까치와 직박구리들의 생기가 넘치는 소리에 잠이 깬다. 석양 무렵 키 큰 해바라기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아아, 여름이 곧 끝나겠구나’ 한다. 여름이 끝날 때면 기분이 쓸쓸해진다. 잃어버린 사랑이 그렇듯이, 이 여름은 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낮엔 단골로 다니는 동네 카페에 나가서 필리프 J. 뒤부아와 엘리즈 루소가 함께 쓴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을 읽었다. 바람둥이 새들, 거위나 백조같이 일부일처제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새들, 대륙과 바다를 가로질러 몇만㎞를 이동하는 철새들, 사랑꾼 제비갈매기, 지적 능력이 남다른 까마귀. 새들의 알려지지 않은 생태에 대한 조류학자와 철학자가 펼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새들이 움직일 때는 위험이 뒤따른다. 새들은 어느 한순간도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삶을 산다. 이 연약한 것들, 자연의 취약한 존재들은 포식자들의 표적이 되지만 그렇다고 비겁하게 숨어 지내지는 않는다. 호기심이 넘치는 새들은 늘 활달하게 움직이며 새 둥지나 먹잇감을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모험에 나선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에서 흔한 새들은 참새·제비·까치·동박새·물총새·까마귀·뻐꾹새·종달새·꿩 따위들이다.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에 나오는 지느러미발도요새와 흰눈썹물떼새들은 그 이름조차 생경한 새들이다. 이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새들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새들은 언제 행복할까? 나는 단 한번도 새들이 자연 속에서 의기소침해진 광경을 본 적이 없다. 새들은 활강할 때나 구애를 할 때나 휴식을 취할 때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평온하고 충만한 순간을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

새들은 1억5000만년 전에 지구에 나타났다. 몽골 고비사막에도, 아마존의 열대우림에도, 호주의 유칼립투스숲에도, 제주도의 사려니숲에도 저마다 깃들어 사는 새들은 먹잇감을 구하고, 털갈이를 하며, 짝짓기를 하며 번식한다. 새들은 늙거나 골골거리는 상태로 수명을 연장하는 법이 없다. 자연 속에서 짧은 최후를 맞고 덧없이 사라진다. 새들은 과거를 되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설계하지 않는다. 오직 현재에 충실하고, 그 삶의 조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존재할 뿐이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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