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으로 보는 세상] 어느 날 아침

입력 : 2019-07-22 00:00 수정 : 2019-07-23 00:01


아침에 낫을 들고 신촌마을과 우리 마을 사이 길가에 있는 작고 어여쁜 자귀나무에게 갔다. 길을 포장한 지 오래돼 길가에 작은 나무들이 저 홀로 자란다. 나무들은 돌보지 않아도 잘 자란다. 오가며 차창 밖으로 보던 나무다. 어린 나무가 길가에서 품위 있게 자라고 있어서 나무 밑 풀을 베어주기 위해서였다. 지주도 세워 사람이 돌보고 있다는 표시를 해주고 싶었다.

일러스트=이은영


지주대와 낫을 들고 걸어가는 나를 보고 할머니 세분이 어디 가냐고 물었다. 공공근로 가시는 분들이다. 내가 학교 근무할 때 학부형이던 분도 계셨다. 요 위에 자귀나무 밑 좀 다듬으러 간다고 했다. “아, 아까 오면서 우리가 말하던 그 나문갑다” 한다. 내가 “네” 했다. 이심전심, 마음이 건너가고 건너오는 길이 있다. 길에서 만난 마음들이 만나 같은 마음으로 넷이 웃었다. 조금 더 가니 천담 이장 일섭이 산책 갔다 오다, 어디 가시느냐고 했다. 길가에 있는 작은 자귀나무에게 간다고 했다. “아, 꽃이 피었던데요” 한다. 사람 마음은 같다.

찾아간 자귀나무가 의외로 실하고 듬직함이 느껴진다. 키가 나처럼 조금 낮은 게 흠이다. 수형도 좋다. 꽃도 많이 피웠다. 나무 밑 풀들을 다듬었다. 풀들을 다듬어놓고 보니, 나무가 의젓하고 품위 있게 드러났다. 사진을 한컷 찍어뒀다. 자귀나무를 ‘소쌀나무’라고도 한다. 자귀나무 잎을 소가 잘 먹는다고 한다. 자귀나무는 수령이 짧다. 추위에 약하다. 우리나라 산에서 제일 늦게 잎이 핀다. 나무질이 단단하지 않아서 도끼로 패면 쫙 쪼개진다. 자귀나무 잎이 피면 꾀꼬리가 운다. 부부금실을 상징하여 합환수라고도 한다. 자귀나무가 죽으면 반드시 그 주위에 자귀나무가 새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가로수로 심어놓은 느티나무 지주대 끈들을 풀어줬다. 단단히 묶어둔 끈들이 나무를 파고들었다. 강물 두개의 바위 위에 원앙이 따로따로 앉아 있다. 무심해 보인다. ‘싸웠나?’ 사진을 찍었다. 물에 거품이 많다. 강물 속에 물풀들이 자라 물 위로 드러났다. 흐르는 곳에서도 물풀이 자라고 있다. 큰비가 와서 일년에 서너번씩 강물을 뒤집어놓아야 하는데, 큰 물이 나가지 않은 지가 4~5년이 됐다. 농작물에는 별 해가 없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긴 가뭄이다.

느닷없이 이런 말이 생각났다. 사랑한다면 무엇이 아까울까. 사랑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아까울까. 같은 말 같다. 왜 이런 말이 내 안에서 나왔을까. 모르겠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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