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주유천하 (124)꿈의 종류

입력 : 2019-07-22 00:00

미래에 일어날 일 꿈에 나타나는 ‘선견몽’

성경 구약의 요셉이 해석한 ‘7년 풍년과 7년 흉년’ 꿈에 해당

지기 강한 영험한 터에 가면 ‘영지몽’ 꾸는 경우도 있어
 


낮 무대에 일어난 일은 밤 무대에 저장되고, 밤 무대에 암시된 일은 낮 무대에서 실현된다. 여기서 말하는 밤 무대는 바로 꿈이다. 낮에 자기가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한 일들은 무의식에 저장된다. 이 저장된 정보는 꿈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밤에 꾼 꿈이 낮에 일어날 일을 예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음과 양은 서로를 물고 늘어진다. 선견몽(先見夢)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꿈으로 꾸는 경우다. 꿈을 예시하는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꿈으로 예시받은 경험을 하게 되면 인간은 경건해진다. ‘어떻게 이처럼 미리 알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의 상식과 이성 밖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경험이 바로 꿈의 체험이다.

현실세계 밖의 다른 세계가 과연 있단 말인가! 꿈 중에서 선견몽이 특히 그렇다. 선견몽을 꾸게 되면 종교적 신앙심이 생긴다. 우주에 대한 신비감이 생기는 것이다. 필자는 20년 전쯤에 특이한 꿈을 하나 꿨다. 오래된 소나무가 있었고, 이 오래된 소나무에는 학이 앉아 있었다. 그 주위에 기와집과 고택들이 있었는데, 그 고택에서 나온 노인들이 필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붓을 필자에게 줬다. 전봇대 크기의 반절만 한 거대한 붓이었다. 엉겁결에 노인들로부터 붓을 받아든 필자는 붓이 너무 무거워 비틀거리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꿈을 꿨다. 이 꿈을 꾼 이후로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라는 책을 쓰게 됐다. 한국의 선비정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룬 책이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 고택에서 살았던 조상의 혼령들이 필자에게 필(筆)을 주지 않았나 싶다.

꿈 이후로 글을 쓸 일이 계속 생겼다. 멈출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20년간 글을 쓰는 일이 이어졌다. 꿈에는 영지몽(靈地夢)도 있다. 기가 뭉쳐 있는 곳에 가거나 머무르면 꾸게 되는 특이한 꿈이다. 인도대륙의 중부지역에 가면 용수(龍樹)가 태어났던 ‘나가르주나콘다’ 라는 동네가 있다. 지금은 댐을 막아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만 하는 동네다. 용수는 붓다에 이어 대승불교의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 대사상가이자 도인이다. 그가 쓴 <중론(中論)>은 불교철학이 이렇게 깊고 오묘한 것이구나를 알게 해주는 명저다. ‘공(空)’ 사상을 설파한 책이다. 용수가 태어난 고향에 가니까 커다란 우물이 있었다. 용수가 이 우물에서 태어났다는 전설이 있었다. 지름이 20m, 깊이가 약 30m는 돼 보이는 커다란 우물이었다. 우물에는 돌계단이 설치돼 있어서 계단을 따라 우물 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는 구조였다. 언뜻 보기에도 비범한 우물로 보여서 바닥으로 내려가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 나왔다.

그날 밤에 숙소에 돌아와 꿈을 꿨다. 커다란 뱀, 용처럼 보이는 엄청나게 큰 흰 뱀이 필자의 몸을 칭칭 휘감는 게 아닌가. 그러나 우습게도 휘감긴 필자는 그 흰 뱀의 중간지점 부위를 이빨로 물어뜯어 먹었다. 장어구이를 씹어 먹는 방식이었다. 산스크리트어로 ‘나가르주나’는 큰 뱀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에 걸맞게 그 터에는 진짜로 커다란 용의 기운이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하게도 필자가 그 터에서 그 기운이 있음을 꿈으로 느끼게 된 셈이다. 지기가 뭉쳐 있는 영험한 터에 가면 꿈을 꾸는 수가 있다. 이런 꿈을 꾸면 영지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이는 서양이나 동양이나 모두 똑같다. 성경의 구약에도 보면 요셉의 꿈이 나온다. 7년은 풍년이 들고 그다음에 7년은 흉년이 든다는 그 꿈 말이다. 이집트 파라오가 꾼 꿈의 내용이 뭔지를 몰랐는데, 요셉이 이 꿈의 정확한 내용을 해석해준 것이다. 그 대가로 요셉은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 총리가 된다. 고대 유대인들의 전통에서 꿈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구약에 기록해놓은 것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선견몽은 국가적 차원의 예언에 해당한다. 종교적 신비함을 느끼는 초입단계는 꿈으로 시작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사는 한 세상 인생살이도 모두 꿈이다. 삶 자체가 커다란 꿈이다. 커다란 꿈속에서 다시 우리는 매일 밤 작은 꿈을 꾼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나비의 꿈’이야말로 동양에서 본 꿈의 철학이기도 하다. 대몽수선각(大夢誰先覺)이라! 인생이라는 이 대몽을 과연 누가 깨친단 말인가!
 



조용헌은…

▲강호동양학자, 불교학자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 ▲저서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의 휴휴명당>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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