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의 경제이야기 (55)신용이라는 요술방망이 ‘통화 창조’

입력 : 2019-06-26 00:00 수정 : 2019-06-26 23:50

시중은행, 통화 창출에 큰 영향 예금 보관도 하지만 상당량 대출

대출금은 대금으로 활용되고 다시 예금·대출 등 과정 거쳐

신뢰에 바탕한 이같은 시스템 현대경제 고속성장의 원동력



화폐는 누가 발행하는가? 그렇다. 중앙은행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이다.

한국조폐공사에서 찍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조폐공사는 한국은행의 대리인일 뿐이다. 한국은행은 화폐제도를 통제하고 책임지며 화폐의 발행량(‘통화량’이라고 한다)을 결정하는 기관이니 실질적으로는 한국은행이 화폐를 발행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 통화량을 결정하는 것은 한국은행만이 아니다. 시중은행들도 통화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메커니즘을 알게 되면 ‘대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마치 은행들이 요술방망이처럼 느껴질 것이다.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우선 몇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첫째, 화폐는 민간이 보유한 현금과 예금으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예금은 언제든지 현금으로 바꿀 수 있으니 현금이나 마찬가지로 보는 것이다.

둘째, 누군가 은행에 예금을 하면 은행이 그 돈을 전부 보관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예금자가 돈을 찾으러 올 경우에 대비해 어느 정도의 돈을 남겨둬야 하겠지만, 100% 다 보관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10%만 보관하고, 나머지 90%는 다른 사람들에게 대출해줄 수 있다. 사람들이 수시로 돈을 찾긴 하지만, 그 양이 많지 않고 예금의 10%만 갖고 있어도 충분히 인출 요구에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가 이해가 가는가? 자, 이제부터 요술이 시작된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어느 가상의 나라에서 사람1이 침대 밑에 보관하던 현금 100만원을 가지고 은행1에 가서 예금을 했다. 통화량은 원래 현금 100만원이던 것이 예금 100만원으로 바뀌었을 뿐 전체 양은 변동이 없다.

이제 은행은 100만원 중 10만원만 보관하고, 나머지 90만원을 대출해줄 수 있다. 그 돈을 사람2가 대출받는다면 은행1은 90만원을 사람2의 계좌에 입금해준다. 자, 이제 이 나라의 통화량은 얼마가 되었나? 사람1의 예금 100만원에 사람2의 예금 90만원을 더해 19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2가 대출을 받은 것은 커피전문점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커피머신을 사기 위해서였다. 사람2는 대출받은 90만원을 커피머신 판매업자인 사람3에게 준다. 지금도 역시 통화량은 190만원이다. 사람2의 예금 90만원이 줄었지만, 사람3의 현금이 90만원 늘었기 때문이다.

사람3은 새로 생긴 90만원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현금으로 가지기 불편하고 이자도 받으려고 해 은행2에 예금한다고 하자. 그런데 은행2는 새로 받은 예금 90만원을 모두 보관할 필요가 없다. 90만원의 10%인 9만원만 보유하고, 나머지 90%인 81만원을 대출해줄 수 있다. 사람4에게 대출한다면 사람4의 예금통장에 81만원을 이체해줄 것이다. 이제 통화량은 얼마가 될까? 271만원이 된다. 사람1의 예금 100만원에 사람3의 예금 90만원, 그리고 사람4의 예금 81만원을 더한 것이다.

뒤이어 사람4는 그 돈을 무언가를 구매하기 위해 사람5에게 줄 것이고, 사람5는 그 돈을 은행3에 예금할 것이고, 은행3은 그중 10%를 남기고 나머지 72만9000원을 사람6에게 대출할 것이다. 이렇게 통화량이 늘어나는 과정은 계속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무한반복되면 통화량은 얼마가 될까? 수학공식을 적용하면 100만원이 10배인 10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화 창출이라고 한다. 시중은행은 최초에 화폐를 발행하는 기관이 아니지만, 통화 창출과정을 통해 통화량을 크게 늘린다.

물론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부자가 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만큼 은행 빚도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돈을 대출받아 필요한 일에 쓸 수 있게 되고, 경제활동이 활성화된다. 이런 메커니즘은 거대한 피라미드 사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현대경제의 고속성장을 낳은 원동력이다.

이 모든 시스템은 신뢰에 의해 뒷받침된다. 사람들은 은행이 언제든 돈을 내줄 것이라고 믿고 돈을 예금하고, 은행가는 커피전문점 사장이 이윤을 불릴 것이라 믿으며 돈을 빌려준다.

금융제도란 신용의 토대 위에 선 건축물이다.
 



이지훈은…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한양대 경제학 박사 ▲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저서 <혼창통> <단(單)> <현대카드 이야기>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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