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의 경제이야기 (52)공유 경제

입력 : 2019-05-15 00:00

재화·서비스 공유하는 활동 많은 사람들에 소비 기회 제공

정보기술 발전·거래 신뢰 증가 소비자·생산자 비용 절감도 커

집·사무실·자동차·도구 등 모든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돼



얼마 전 패스트파이브라는 회사가 운영하는 공유 오피스를 견학하고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공유 오피스와 일반 사무실의 차이를 크루즈 유람선과 개인 요트의 예를 들어 설명해주었는데, 귀에 쏙 들어왔다.

크루즈선은 넓긴 하지만 승객도 많이 타기 때문에 1인당 공간은 넓지 않다. 모터보트의 1인당 공간이 훨씬 넓다. 그런데 왜 크루즈선이 더 넓고 쾌적하게 느껴질까? 침실 공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스파·수영장·카지노·극장 같은 시설을 함께 쓴다. 공유 오피스도 비슷하다. 라운지나 회의실, 사무자동화 기기 공간 등 많은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1인당 공간을 넓힌다.

공유 경제학의 핵심은 충분히 활용되지 않아 유휴 상태인 것을 공유를 통해 충분히 활용하는 데 있다. 이를테면 종업원이 6명인 소기업이 66㎡(약 20평)짜리 단독 오피스를 마련했다면 거기에도 반드시 회의실이나 사무자동화 기기 공간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런 공간은 항상 필요한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경우엔 비어 있다는 것이다. 그 공간을 다른 회사들과 공유한다면 공간을 보다 여유 있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버 같은 공유 자동차 서비스는 운행되지 않고 주차장에 머물러 있는 자동차를 공유함으로써 충분히 활용되게 한다.

공유 경제는 과거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소비의 기회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이롭다. 예를 들어 패스트파이브나 위워크 같은 공유 오피스 운영회사들이 생겨나면서 중소기업들도 대로변 A급 빌딩에 사무실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공유 오피스 회사들이 공실이던 A급 빌딩을 싸게 사들인 뒤 쪼개어 공유 오피스로 만들고 비교적 낮은 가격에 재임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유 오피스에는 주로 중소기업이나 프리랜서들이 입주한다. 개별적으로는 소수이지만 합치면 다수가 되기 때문에 통근버스나 어린이집 같은 서비스를 공동으로 위탁할 수 있다. 또한 입주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네트워킹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공유 경제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테면 스웨덴의 허스크바나라는 기관에 매달 요금을 내면 온갖 도구와 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 울타리 다듬는 도구, 전기톱, 낙엽 치우는 송풍기 같은 것들이다. 전세계에서 한해 260억달러의 거래가 공유 경제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2015년 기준).

사실 공유 경제는 과거에도 있었다. 예를 들어 19세기에는 미국 가구의 3분의 1이 하숙을 쳤다. 내 집 일부를 공유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공유 경제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왜 최근에 와서 확산된 것일까? 크게 세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의 진보다. 이런 기술을 활용해 우버 기사와 승객은 서로를 찾고 만날 수 있다. 또 스마트폰의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을 이용하면 정확한 이동 거리도 측정할 수 있다.

둘째, 전자상거래 경험이 축적되면서 체득된 거래의 노하우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거래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에어비앤비는 생면부지의 다른 사람 집에 가서 자고, 우버는 모르는 사람의 차를 같이 타야 한다. 어떻게 서로를 믿을 수 있을까? 평점이나 댓글 같은 다양한 알고리즘과 시스템을 통해 상대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세계 선도기업들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보는 것이다.

전자상거래에서 개발된 온라인 결제 노하우 역시 공유 경제에 요긴하게 활용된다. 예를 들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에스크로 서비스(구매자의 결제대금을 제3자에게 예치하고 있다가 배송이 정상적으로 완료된 후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거래안전장치)가 있다.

셋째,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안정적인 개인 소득의 감소와 구매력의 저하다. 이 때문에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공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게 됐다.

여러분도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공유 경제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은 없을까? 내가 소유한 것 중 충분히 활용되지 않아 남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이지훈은…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한양대 경제학 박사 ▲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저서 <혼창통> <단(單)> <현대카드 이야기>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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