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주유천하 (111)재벌 회장의 폐병에 대하여

입력 : 2019-04-15 00:00

음양오행 속 폐는 금(金) 해당

금의 기운, 결단력 상징하기도

매사 큰 결단해야 하는 사업가 금의 기운 소모로 폐 건강 악화

인간에 대한 슬픔·환멸 쌓여도 폐장의 천기 왕래 기능에 이상



재벌 회장들이 유독 폐암과 같은 폐병에 많이 걸리는 것 같다. 이번에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도 70세밖에 안됐는데 폐병으로 떠났다. 보통 80~90세는 사는 게 요즘 추세임에 비춰 볼 때 좀 빨리 간 것 같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을 비롯해 현대산업개발 정세영,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성용, SK 최종현, 금호 박정구 회장이 폐암으로 타계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폐암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왜 재벌 회장들은 폐병에 잘 걸리는 것일까?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동양사상의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에서 보자면 폐장은 금(金)에 해당한다. 금은 골드를 의미하기보다는 쇠(철)를 가리킨다. 쇠는 계절로 치면 서리가 내리는 가을이기도 하다. 옛날 목수에 비유하면 금 체질은 먹줄을 튕기는 사람이다. 경우가 바르다는 말이다. 아울러 결단력을 상징한다. 51대49의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한쪽을 과감하게 버리고, 다른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게 결단력이다. 재벌 회장들은 이 결단력이 특히 요구되는 직업 아니겠는가. 매사가 결단이다. 수없이 애매한 상황에서 이거냐, 저거냐를 판단해야 하는 직업인 것이다. 판단이 쉬우면 누가 못하겠는가. 어려운 판단이기 때문에 결단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 결단을 할 때마다 ‘배터리’가 뭉텅이로 소모된다. 한쪽을 버린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재벌 회장들은 사업을 하면서 너무 큰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몰리다보니 폐의 기운을 과도하게 소모하게 된다. 즉 금의 기운을 과도하게 소모한 결과 폐병이 오지 않는가 싶다. 이는 현대의학적인 해석이 아니라 동양에서 쭉 내려오는 음양오행론적 해석이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인은 ‘폐(肺)’라는 한자다. 육달월(月) 옆에 시장 시(市) 자가 붙은 것이 폐 자다. 왜 여기에 시(市) 자가 붙었단 말인가? 이건 시장에서 상인과 많이 관련되는 장기라는 뜻을 내포한 것이 아닐까. 옛날 시장에는 사람들이 북적대니까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각종 분진이 많았을 것이다.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오래 장사하다보면 폐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폐는 하늘의 천기를 들이마셨다가 다시 내뱉는 기능을 한다. 하늘의 천기는 코로 들어와 결국 폐를 통과한다. 하늘의 기운이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 작용을 하니까 시(市) 자를 썼을 가능성이 있다. 폐는 ‘기운이 왔다 갔다’ 하는 장부인 것이다. 입(口)은 땅에서 나오는 음식물을 들이킨다. 그래서 위장으로 간다. 코는 천기(天氣)가 들어오는 기관이고, 입은 지기(地氣)가 들어오는 기관으로 본다. 폐병에 걸렸다는 것은 결국 기운이 왔다 갔다 하는 작용에 이상이 발생한 셈이다. 음양오행에서는 슬픔(哀)이 폐를 친다고 본다. 슬픔을 겪는 일이 많으면 폐에 이상이 온다는 말이다. 어떤 슬픔일까. 인간이 살면서 겪게 되는 슬픔엔 여러가지가 있지만, 사업을 하는 재벌 회장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에 대한 배신감’이 가장 큰 타격을 준다. 아주 믿었던 사람이 배신할 때 이게 굉장히 타격이 크다. 특히 사업가는 배신을 다른 직업보다 많이 겪는다. 믿었던 수십년지기 친구가 적대 진영에 가담한다든지, 그렇게 믿었던 오른팔이 장부를 가지고 도망간다든지, 가족이 자기 등에 칼을 꽂는다든지 하는 일이다. 이런 배신은 인간에 대한 깊은 환멸로 이어진다.

‘인간을 믿을 수 없구나’라고 하는 슬픔은 뼈에 사무친다. 결국 폐를 치는 것이다. 수만명의 부하직원과 심복을 거느려야 하는 재벌 회장은 보통 사람보다 인간에 대한 배신과 환멸을 10배는 더 겪을 것이라고 본다. 결국 재벌 회장은 팔자가 센 직업이다. 이게 폐병으로 간다고 본다. 다행히 이해타산을 떠나서 인간적으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정직한 친구가 있으면 좀 낫겠지만, 이런 친구가 주위에 없고 온통 이권관계로 엮인 인간들만 둘러싸여 있으면 그 환멸을 어떻게 감당할 수 없다. 폐장의 천기 왕래 기능이 막혀버린다. 폐암으로 간다.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한국사회에서 300억원 이상의 재물은 자기 돈이 아니다. 300억원 이하일 때 주변에 밥도 많이 사고 여유있게 살 수 있다. 돈이 너무 많으면 온갖 귀신들이 달려들고, 온갖 물것들이 달려든다. 소위 재다신약(財多身弱)이 된다. 재다신약이 되면 돈을 푸는 게 방법이다. 돈을 풀면 자기를 잡으려는 귀신들이 자기를 지켜주는 신장(神將)으로 변한다.
 


 

조용헌은…

▲강호동양학자, 불교학자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 ▲저서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의 휴휴명당>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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