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의 경제이야기 (38)GDP 통계의 허실

입력 : 2018-10-10 00:00 수정 : 2018-10-19 10:51

폭탄 만들고 감옥 짓는 것도 GDP가 증가한 것으로 계산 삶의 질 반영하기 쉽지 않아

부가 행복의 유일한 답 아니지만 부유국일수록 국민생활 윤택 GDP는 높은 것이 바람직한 편


독자 여러분은 돈이 많아질수록 행복해진다고 생각하는가?

많은 논쟁을 낳았고 결코 답이 없을 논쟁이다.

2000년 멕시코의 어느 주 정부는 흙바닥 집에 사는 빈민들의 집에 시멘트 바닥을 깔아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한가구당 150달러가 들었다. 몇년 후 조사해보니 이들 지역아이들의 기생충 감염률이 인근 지역아이들보다 78% 낮고, 인지능력 테스트에서 정답을 말하는 비율은 3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들의 삶의 만족도도 69% 증가했다. 150달러의 돈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증거다.

영국의 한 연구 결과 1점에서 7점까지 만족도 점수를 매길 때 연간 수입이 12만5000파운드(약 1억8000만원) 증가하면 삶의 만족도가 1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돈과 행복의 비례관계를 의심하게 하는 연구도 적지 않다. 1970년대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는 눈부신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이 느끼는 행복도가 2차대전 직후에 비해 그리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결과가 나온 원인을 몇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첫째, 절대적인 행복보다 상대적인 행복이 중요하다는 가설이다. 내가 얼마나 잘사는가보다 주변 사람과 비교할 때 내가 얼마나 잘사는가가 행복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후에 미국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다보니 많은 사람의 행복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둘째, 여가가 줄어들어 행복도가 줄어들었다는 가설이 있다. 미국 여성 1000명을 분석한 연구 결과 여성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활동은 퇴근 후 친구들과의 교제나 휴식이었던 반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출퇴근하고 일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하루 중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내는 시간은 3시간40분에 불과하고, 9시간은 하기 싫은 활동을 하며 보냈다.

미국은 선진국 중 가장 노동시간이 길고 과거에 비해서도 가장 많이 늘어난 나라에 꼽힌다. 결국 소득이 늘어난 데 따른 행복감을 과거보다 여유시간이 줄어든 데 따른 불행감이 상쇄했을 수 있다.

셋째,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 되면 행복에 별 영향을 못 미친다는 가설이다. 아이스크림을 두입째 먹을 때 쾌감이 맨 처음 맛볼 때보다 덜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실제로 대니얼 카너먼과 앵거스 디턴 교수가 미국인 45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연소득이 7만5000달러가 된 이후에는 사람들의 정서적 행복감이 더이상 높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난 호에서 우리는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대해 배웠는데, 이 통계의 유효성을 놓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논란 역시 돈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

GDP 통계는 한 나라가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 가치의 합계를 말하며, 국민소득의 합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양적인 지표이다. 이 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은 소득이 많다고 국민이 반드시 행복해지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GDP 통계는 폭탄을 만들고 감옥을 짓는 것도 GDP가 늘어난 것으로 계산한다. 애당초 폭탄이나 감옥이 적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GDP는 또한 생산을 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오염돼 삶의 질이 나빠진 것을 감안하지 않는다. 환경이 오염되면 사람들은 과거보다 불행하다고 느낄 텐데도 말이다. GDP는 또한 시의 아름다움이나 결혼생활의 건강함, 사람들의 용기와 지혜, 열정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로버트 케네디 전 미국 상원의원이 말했다.

그러나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GDP가 낮은 것보다는 높은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부유한 나라일수록 국민이 더 건강하고, 평균 수명이 길고, 환경이 깨끗하고, 교육 수준도 높다. 부자도 울 때가 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더 많이 운다. 중요한 것은 물질적 부가 행복의 ‘유일한’ 열쇠가 아니라는 점 역시 명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지훈은…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한양대 경제학 박사 ▲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저서 <혼창통> <단(單)> <현대카드 이야기>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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