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주유천하 (53) 도사(道士)의 필수과목

입력 : 2018-02-12 00:00 수정 : 2018-02-12 14:32

도사 되려면 산에서 살아야 여산·노산·화산 등 중국 산 도가적 풍광 펼쳐져 매력적

‘무일푼 유랑’도 필수조건 의술·점성술·학술 익히면 자생력 생겨 얽매이지 않아
 


필자의 어렸을 적 꿈은 도사(道士)였다. 옆에서 누가 권하거나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염두에 둔 도사의 일차적인 조건은 산에서 사는 것이었다. 운무가 둘러싼 산에 지은 집. 집 뒤에는 낙락장송이 굽어보고, 앞마당에는 복숭아꽃이 피어 있는 산속의 집이었다.

동양의 여러 종교 가운데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종교가 도교(道敎) 내지는 도가(道家)다. 세상의 풍파와 되도록 등을 지고, 자연을 즐기며 자연과 일체가 되는 삶이 도가적 삶이다. 한국인 치고 무릉도원(武陵桃源)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무(武)와 산등성이로 격리된(陵) 복숭아 동산(桃園)이 무릉도원의 본뜻이다.

국내의 이산 저산을 다녀보다가 중국이 개방되면서 중국의 산을 가봤다. 산수화에 나올 법한 모습이 필자를 매료시켰다. 필자가 꿈꾸던 산의 풍경이 실제로 현실에 존재했던 것이다.

중국의 여산(廬山)에 갔더니 여동빈(呂洞賓) 신선이 공부하던 동굴인 선인동(仙人洞)이 필자를 사로잡았다. 산수화 기법인 부벽준처럼 도끼로 탁탁 잘라놓은 듯한 바위절벽이 펼쳐진 곳에 선인동이 자리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지리산과 설악산을 합쳐놓은 듯한 풍광이었다. 주변에 호수와 강물이 많아서 1년 중에 반절은 항상 운무에 둘러싸인 신비한 산이었다. 도연명이 울타리 밑의 국화를 집어들고 바라봤던 산이 바로 여산이었다. 도연명의 거처도 그 산자락에 있었다.

중국 불교 천태종(天台宗)의 고단자인 천태지자 대사가 수도했다던 천태산도 그림에 나오는 그윽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중국 청도의 바닷가에 자리 잡은 노산(嶗山)도 과연 신선들이 살 만한 풍광의 산이었다. 1990년대 한국의 단학(丹學) 수련가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왕력평(王力平)의 사부가 도를 닦던 산이 바로 노산이었다. 노산에서 바라보니 동해(우리로 치면 서해)가 바위절벽 사이로 호수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쪽 어느 섬인가에 불로초가 있다는 믿음이 생길 만한 산이었다. 진시황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찾아 우리나라 남해와 제주도, 그리고 일본에까지 갔다는 서복(徐福)도 아마 노산의 도사였을 것이다.

중국의 오악(五岳) 가운데 가장 바위 기세가 험한 산이 서악(西岳)인 화산(華山)이다. 북한산 인수봉 같은 화강암 바위 봉우리가 그보다 2~3배 높이로 쭉쭉 뻗어 있다고 보면 된다. 화산 밑에는 수련 장소로 유명한 도관(道觀)이 하나 있다. 수공법(睡攻法·석달씩 잠을 자면서 하는 수련)을 했다고 전해진 도사 진단(陳摶)이 공부했던 곳이다.

이 화산파(華山派) 도관에는 도사를 양성하는 커리큘럼이 있다. 고학년이 되면 천하를 돈 없이 3년간 떠돌아다니는 과목도 그중 하나다. 그걸 표주(漂周)라고 한다. 돈 없이 다녀야 세상인심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돈 갖고 다니면 유람이나 다름없다. 유람으로는 공부가 안된다. 돈 없이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어야 도사로서 자생력이 생긴다. 그러려면 우선 의술(醫術)을 갖춰야 한다. 의술은 침과 뜸이다. 어느 동네를 가든지 몸 아픈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침과 뜸으로 병을 고쳐주면 밥을 먹을 수 있다.

이 세상에서 자기 팔자에 관심 없는 사람은 없다. 사주팔자를 잘 보면 절대 굶어 죽지 않는다. 인도 서북쪽 지역에는 라자스탄주가 있다. 이슬람과 힌두문화가 섞인 곳인데 고대부터 점성술이 발달했다. 조상 대대로 점성술에 종사한 사람들은 사주팔자를 아주 잘 본다. 19년 전쯤 필자가 라자스탄주에 갔을 때 평생사주를 보는 도사가 있었는데 당시 미화로 1000달러의 고액을 요구했다. 그만큼 잘 본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돈이 없어서 못 봤다. ‘그때 한번 볼 걸’ 하고 지금도 후회한다.

학술(學術)도 익혀야 한다. 동네 사랑방에서 아이들 모아놓고 천자문이나 경전들을 가르치면 밥은 굶지 않는다. 요가의 고단자인 석명(石明) 선생은 외국 나가서 돈 떨어지면 요가를 가르치면서 천하를 떠돌았다.

필자는 칼럼술(術)이다. 노트북 하나 들고 천하를 유람했다. 필자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노트북에 쓴다. 도사가 되려면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조용헌은…

▲강호동양학자, 불교학자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 ▲저서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의 휴휴명당>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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