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으로 보는 세상] 요즘 나의 아침

입력 : 2018-02-12 00:00 수정 : 2018-02-16 22:49


오늘 도시락 반찬은 뭘 만들까? 아침에 일어나 뒤척이며 나는 고민한다. 재작년 5월에 어머니가 낙상을 당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뒤부터 내 일상이 달라졌다.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들쑥날쑥하고 식사시간도 일정치 않았는데, 어머니 덕분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됐다. 병원의 점심 식판이 나오기 전에 어머니에게 가려면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

막대봉 체조를 십분쯤 하고 음식 만들 준비를 한다.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의 음식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니지만 부족한 단백질과 과일을 챙겨드려야 한다. 값싸면서 요리하기 편한 달걀부침이나 두부부침, 멸치조림, 단호박찜, 삶은 고구마가 주된 메뉴다. 가지를 썰어 프라이팬에 지지다가 그 위에 미리 준비한 달걀물을 부으면 가지를 하나하나 뒤집지 않고도 오믈렛을 만들 수 있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두부를 부치는 데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두부가 노릇노릇해지는 동안 오믈렛을 절반쯤 썰어 도시락에 담고, 나머지는 내가 서서 먹는다. 전원을 끄고 두부를 뒤집어 잔열에 두부를 익히는 동안, 과일도시락을 준비한다. 사과를 썰고 아보카도의 속을 파낸다. 속이 흐물흐물하고 단백질·지방·비타민이 풍부한 아보카도는 이가 나쁜 노인네들에게도 좋지만, 식빵 사이에 버터처럼 발라 먹으면 맛있는 조식이 된다.


어머니 덕분에 스피드 요리의 전문가가 됐다. 맨날 똑같은 달걀·두부부침에 엄마가 질릴 것 같아, 일주일에 한두번 식당에서 왕새우구이나 굴전을 산다. 내가 그 자리에서 반을 먹고, 반은 도시락에 넣어 어머니에게 갖다드린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굴전을 천천히 씹는 어머니를 보며, 나는 소망한다. 어머니의 이가 지금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 않기를…. 음식을 씹는 악력이 약해져 식사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그래서 내가 어머니 병실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당신이 좋아하는 굴전을 입에 넣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

당신이 건강할 때, 어머니와 나는 편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 좋던 당신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그제야 어머니와 딸의 사이가 좋아졌으니, 인생이란 얼마나 깊은 것인가. 늙은 어미를 먹이고, 이 닦아주고 기저귀를 갈고 목욕시키고…. 내가 아기일 때 어머니에게 받은 것을 요즘 갚아드리고 있다. 당신이 그 오랜 세월, 손가락이 휘고 허리가 구부러지도록 우리를 위해 희생했으니 이제 우리가 당신을 위해 희생할 때다.

최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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