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의 경제이야기(22)비트코인

입력 : 2018-01-12 00:00 수정 : 2018-03-02 14:06

비트코인, 암호화폐의 일종 세계 수십종 중 가장 거래 많아

약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존 화폐시스템의 믿음 흔들려 대안책으로 암호화폐 찾아내

교환 매개·가치 척도·저장 수단 등 기존 화폐가 담당해온 기능 못해 화폐보단 투기 수단으로 변질
 


“비트코인이란 게 도대체 뭐니?”

얼마 전 어머니가 물었다. 팔순 노모가 궁금해할 만큼 비트코인은 핫이슈다. “백화점 포인트처럼 돈 대신 쓸 수 있는 건데, 자세한 건 좀 복잡해요”라고 말씀드리고 말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비트코인을 정식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돈 대신 쓸 수 있는데 화폐는 아니다? 어떤 의미일까?

비트코인은 암호화폐의 일종이다. 새로운 화폐를 만들어내고, 거래를 안전하게 진행하는 데 암호화 기술이 쓰인다고 해서 암호화폐라고 한다. 암호화폐는 세계적으로 수십종이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이 거래되는 것이 비트코인이다. 금이나 종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컴퓨터 화면에만 나타난다고 해서 가상화폐(가상통화)라고도 한다.

이런 걸 누가, 왜 만들었을까?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란 가명을 쓰며 등장한 인물이 창시자다. 고난도의 수학문제를 내놓은 뒤 이를 풀면 비트코인을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마치 초등학교 소풍 때 보물찾기를 하듯 말이다. 그런 작업을 ‘채굴’이라 부르는데, 금이나 광물을 채굴하는 것처럼 고성능 컴퓨터들을 동원해 어렵사리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카모토는 100년 동안 2100만개만 채굴할 수 있게 제한장치를 뒀는데, 지금까지 약 1650만개가 채굴됐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누군가 채굴한 비트코인을 사설 거래소를 통해 사고판다. 한국에도 여러 비트코인 거래소가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빗썸’이라는 곳이다.

어린애 장난같이 들리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매달려 사회문제가 됐다.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너도나도 사려다보니 값이 치솟는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초에 134만원이었는데, 한때 2100만원 이상으로 치솟았고 이 글을 쓰는 1월 초엔 19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이 만들어졌을까? 문제는 기존 화폐에 대한 불신이었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존 화폐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자 대안으로 찾아낸 것이 암호화폐다. 암호화폐는 중앙은행이나 정부 같은 중앙기관이 없어도 암호기술을 통해 거래가 처리되니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화폐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많다. 화폐가 담당하는 주요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화폐는 무엇보다 교환의 매개 기능을 한다. 어느 가게에 들어갈 때 우리는 그 가게 주인이 우리가 가진 돈을 받고 물건을 내주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가게 주인이 비트코인을 받고 물건을 줄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해외에는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매장이 꽤 있다곤 하지만, 국내에는 10여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비트코인은 초당 몇건의 거래만 처리가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초당 수천·수만건을 처리하는 신용카드나 현금과 비교가 안된다.

둘째, 화폐는 가치의 척도 기능을 한다. 우리는 티셔츠 한장의 가격이 ‘햄버거 10개’라는 식으로 표현하지 않고, ‘3만원’이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가격이 워낙 널뛰기 때문에 가치의 척도로 쓰기 어렵다. 어제는 0.0003비트코인으로 맥도널드 빅맥세트를 먹을 수 있었는데, 오늘은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해 0.001비트코인이 필요하다고 하자. 그런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가치의 척도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기업인이 막대한 투자를 하려고 했는데 미래에 벌게 될 돈이 실제로 얼마나 가치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면 투자를 하겠는가?

셋째, 화폐는 가치의 저장 수단 기능을 한다. 내가 어떤 물건을 팔고 돈을 받으면 그돈을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다른 물건을 사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트코인은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쓸 수 있으므로 주식이나 채권처럼 가치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폭락할 경우엔 사정이 달라진다. 비트코인은 정부나 중앙은행이 보증을 서주는 게 아니라 순전히 사용자들의 신뢰에 기반을 둔 화폐이므로 어느 순간 사용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가치가 0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살펴봤듯 비트코인 발행량은 100년간 2100만개로 제한을 뒀지만, 이같은 규약은 이용자간의 합의만 이뤄진다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열풍이 일고 있는 것은 비트코인을 화폐로서가 아니라 투기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법적인 화폐도 환투기꾼들에 의해 투기의 수단이 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훨씬 더 ‘비이성적 과열’에 기대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지훈은…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한양대 경제학 박사 ▲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저서 <혼창통><단(單)><현대카드 이야기>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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