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반도체 전쟁

입력 : 202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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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핵심 부품 꼽혀 장기적 가격상승 추세 들어서

세계시장 이끄는 한국에 유리 ‘경제 대국’ 미·중 패권다툼 변수

시장 정책·기업 운영 투명성 전제 정부·기업간 ‘긴밀한 공조’ 필요

 

최근 언론에는 ‘파운드리(Foundry)’ ‘팹리스(Fabless)’ ‘TSMC’ 등 반도체와 관련한 전문적인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아시아지역 관련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4차산업혁명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부품이다. 이 때문에 최근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장기적 가격상승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이 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분야의 성장세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메모리 반도체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했다. 반도체는 산업의 활용분야가 넓고 산업 파급효과가 크다. 이러한 반도체시장이 성장세로 접어든 점은 분명히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치달은 반도체 경쟁으로 반도체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 모두 반도체를 전략물자로 분류한 것은 기정사실이다. 이제는 국가가 직접 나서 기술 유출을 차단하려는 시도도 등장했다. 게다가 메모리 반도체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설계공정 없이 생산 위주로 하는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의 독주로 한국 반도체 기업은 어려움을 맞았다. 국경 없는 자유무역을 선도해야 할 경제대국들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기업이 시장에서 어느 특정 영역의 경쟁력을 높이거나 투명성을 확보한다고 해서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이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조성하는 경제 활성화 정책,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국제정세 변화에 복합적으로 대응해야만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최근 미국의 행보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바이든 행정부는 노골적으로 TSMC와 삼성 등에 기술유출 방지와 중국의 반도체 자체 생산을 막는 데 참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균형감각을 유지하면 미래전망이 밝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냉혹한 국가간 힘 겨루기 상황에서 이 문제를 기업 선택에만 맡겨두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경제적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반도체를 둘러싼 양국의 패권전쟁에서 자칫 특정 국가가 한국 행보에 노골적 불만을 드러내면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생산시설 증대와 기술 진보 등을 통해 경쟁력으로 돌파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본원적으로 틀린 말이라고 할 순 없지만, 현재 파운드리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대만 TSMC의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란 쉽지 않다. 미세공정분야를 포함해 시장점유율 차이가 단기간에 줄어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가 개입이 산업질서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현재 반도체산업을 정상 시장으로 볼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개방경제와 자유무역의 기본원리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기업의 자율성과 시장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따져봤을 때 시장 상황에 민감한 재화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유지되지 않았다. 정부는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기업 정책을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시장의 원칙이 작동하지 않으며, 이와 관련해 정부와 기업 모두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고 볼 수 있다. 기업 자체의 경쟁력만을 강조하기에는 반도체라는 재화가 전략적으로 단순하지 않으며, 국가가 개입한다고 해도 다른 경제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섣부른 판단이 쉽지 않기에 그렇다.

반도체시장의 재편이 활발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지금, 정부의 정책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이 극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대부분의 국제경제 문제, 특히 기업간 경쟁 상황이 그렇듯 반도체 역시 딱 부러지는 답을 찾기 어렵다. 지금이야말로 정중동의 자세를 유지하며, 정부와 반도체 기업간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긴밀한 공조가 시장 정책과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전제로 진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잊어서는 안된다.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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